親李 여전히 반발… 2월 국회 뒤 갈등 재연 소지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의 퇴진을 둘러싼 내홍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수습에 나서면서 밖으로는 일단 봉합되는 듯하지만 갈등이 잠복하는 모습이다. 2월 임시국회 후 지도부 교체 여부를 놓고 당내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남아 있다.
당 지도부와 ‘친(親)박근혜계’는 2월 임시국회까지는 홍준표 원내대표 체제가 계속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과 한 번 더 법안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장수를 교체할 경우 당이 적전 분열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8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종적인 승리 목표는 2월 국회”라며 “지금 할 일은 경제 살리기 법들을 꼭 통과시키도록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몽준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퇴를 한다든지, 문책을 한다는 것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한나라당의 기본적 문제인 ‘두 나라당’, ‘웰빙 정당’이라는 근본적 체질을 고치지 않으면 달라질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친박근혜계의 허태열 최고위원은 “2월 국회 마감까지는 당이 결속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 요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도 홍 원내대표가 2월 국회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를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함께 내일로’ ‘국민통합포럼’ ‘위기관리포럼’ ‘현장경제연구회’ 등 당내 제 계파의 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연석회의 차원의 원내대표 퇴진 작업은 공론화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러나 친이명박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의 오찬 자리에는 30여 명의 의원이 참석해 “지금 체제로 2월 국회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며 원내지도부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2월 국회는 정권의 명운이 걸린 싸움”이라며 “홍 원내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 아니냐. 새로운 싸움은 새로운 지도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변인 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차명진 대변인은 박 대표의 사표 반려에도 불구하고 이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대변인 업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폭력에 굴해 합의했다기보다는 국회 파행 사태를 조속히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