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없다면서 ‘장군님 별장’에 달러 탕진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 北 무기수출로 본 선군경제 그림자

작년 “식량 100만t 부족하다” 국제사회에 손내밀어

안에서는 ‘국방공업 우선론’ 내세워 무기개발 투자

고난의 행군땐 김일성 묘에 8억9000만 달러 쓰기도

북한이 지난해 무기 수출로 1억 달러를 벌어들여 무력 증강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용 시설 개보수 등에 써 왔다는 대북 정보 소식통들의 분석은 북한 체제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주민들에게 먹일 식량 100만 t가량이 부족하다며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었으나 이면에선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무기를 만들어 수출했다. 게다가 식량을 수입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달러로 무기 재료를 수입하고 최고지도자의 별장을 짓는 데 사용했다.

이런 북한 경제 운용의 모습은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다.

북한 주민들은 올해도 ‘국방공업 최우선주의’의 기치하에 배고픔을 참아야 할 운명이라고 대북 소식통들은 분석한다.

▽무기 수출만이 살길=북한은 지난해 무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해외 14개 나라에 주재한 군사 관련 조직 및 인력과 창광무역 등 무기 수출 회사의 해외 지사를 주요 무기 수출 대상국 위주로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수출 대상국을 상대로 주력 품목인 함정과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 판매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군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및 중남미 국가를 새로운 고객으로 삼아 미사일 수출을 추진했다는 것.

KOTRA에 따르면 2007년 북한 전체 수출액은 9억1800만 달러다. 따라서 지난해 무기 수출액이 총수출액의 1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196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월맹에 소총과 기관총, 탄약 등을 판매하면서 국제 무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북한의 무기 수출 산업은 1980년대 이라크전쟁 당시에는 연간 매출 수십억 달러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소련 등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하면서 경제위기가 시작된 1990년대 이후에는 가용 에너지와 원료 등의 감소로 수출 규모가 줄어들었다.

북한은 2000년대 이후 ‘국방공업 우선성장’을 강조하면서 이란과 시리아 등 석유 수출로 막대한 현금을 가진 중동 국가들과 미사일 협력 사업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란의 ‘샤하브-4’ 미사일 개발과 시리아의 스커드 미사일 성능 개량 사업에 기술 지원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8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2007년 핵시설로 추정하고 폭격한 시리아 지역 내 원자로 건설을 북한이 도왔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 관련 시설로 ‘달러벌이’를 확대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한편 소식통들은 북한이 지난해 한국군이 사용하고 있는 장비를 대량 도입해 대남 침투능력을 보강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말 대남 비방 공세를 시작하면서 서해에서 함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전투기 등의 남하 기동 훈련을 실시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나온 지난해 9월 이후 서해상에서의 대공 및 대함 미사일 시험 발사와 AN-2 전투기 출격 등 대남 훈련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개인숭배와 대외 과시용 사업에 달러 탕진=북한은 김일성 주석 출생 100년, 김 위원장 출생 70년이 되는 2012년까지 ‘평양을 현대적인 국제도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해 초부터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진행해 왔다.

여기에 평안남도 안주시에 있는 김정일 별장 등 김 위원장 개인 우상화 관련 시설의 대대적인 정비에 수천만 달러를 탕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70년대 전반까지는 사회주의적 경제성장에 성공해 남한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렇게 번 돈을 김 부자 우상화를 위한 각종 대외 과시용 건축물 건설 등에 낭비해 경제위기를 자초했다.

북한은 1982년 4월 김 주석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충성의 선물’이라며 평양에 대대적인 건축 사업을 단행했다. ‘주체사상탑’과 ‘개선문’ 외에 ‘인민대학습당’과 ‘김일성 경기장’ 등이 이때 건설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에 대응하기 위해 1989년 평양에서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개최했다. 북한은 ‘수도 대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대회 시작 전 3년 동안 260여 개의 관련 시설을 건축하면서 40억 달러 이상을 탕진해 1990년대 경제위기 이전에 사실상 경제파탄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5년 이후 3년 동안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난 속에서 주민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가운데 아버지 김 주석의 무덤인 ‘금수산기념궁전’을 짓는 데도 8억90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대략 추산해도 궁전을 꾸미는 데 쓴 돈의 3분의 1만 절약해도 200만 t의 옥수수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 정도의 식량이면 인민들이 굶어 죽는 사태는 당장에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회고한 바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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