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측근 “타이밍 놓칠라” 우려
“여론에 떠밀려 하는 인사는 이제 하지 않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시달리다 대통령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전원 및 일부 장관을 교체한 뒤 측근들에게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최근 개각 논란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와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때가 됐으니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이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교체 필요성을 꼼꼼히 따져 정말 필요한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밖의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평가를 듣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거북이 인사’ 스타일에 대해 일부 측근이나 친이(親李)계 의원들 사이에선 “인사는 온전히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이러다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국정에 반영할 수 있고 때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충성심 높은 인사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포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지만 현재로선 관철되지 않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지난해에도 사실 선제적 인사를 했으면 수석 한두 명 내보내는 걸로 정리할 수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수석을 모두 물갈이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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