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여권, 조직혁신 위해 외부영입에 무게
국세청 중간간부급 인사 내주 단행 방침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 로비’ 의혹으로 물러남에 따라 청와대와 여권, 국세청 안팎에서는 차기 청장을 둘러싼 하마평이 무성하다. 후보가 여러 명 거론되고 있지만 인사권자가 내부 승진과 외부 수혈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에 따라 인사 구도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일단 국세청 내부에서는 청장의 내부 발탁이 관례라는 점을 들어 허병익(행정고시 22회) 국세청 차장이나 이현동(행시 24회) 서울지방국세청장의 승진 임명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성(15대), 전군표(16대) 전 청장이 금품수수 비리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한 청장까지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이번엔 내부 승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는 국세청 수뇌부가 비리나 의혹에 연루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세청의 기존 관행이나 조직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외부 인사를 기용해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허용석(행시 22회) 관세청장과 국세청 간부 출신인 허종구(행시 21회) 조세심판원장, 오대식(행시 21회·법무법인 태평양 조세부문 고문)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 등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옛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허 청장은 세제에 정통한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여권 관계자는 “허 청장은 한 청장의 경질설이 나올 때마다 후임 1순위로 꼽혔고 이번에도 유력한 후보”라고 말했다.
허 원장도 옛 재무부 세제실과 국세청에서 오래 근무해 세무행정에 밝은 점이 강점이다. 9급에서 시작해 대전지방국세청장에 오른 조 회장은 장학재단을 설립하고 10여 년간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해 왔다. 여권 관계자는 “오 전 청장은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으로 오는 것을 꺼리는 기류가 강하다. 국세청을 오래 떠나 있었거나 조직생리를 잘 모르는 외부 인사가 청장으로 오면 조직 장악이 어렵고 통제가 잘되지 않아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한편 국세청은 한 청장의 사임과 별도로 일선 세무서 업무의 공백을 막기 위해 다음 주에 본청 과장급과 일선 세무서장 인사를 단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임 청장이 와서 인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부 세무서장이 15일부터 명예퇴직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인사를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