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홍규덕(정치외교학) 교수=북한이 미국의 최근 분위기가 우려할 만하다고 정리한 것 같다. 북한으로서는 미 신행정부 출범에 뭔가 기대를 했지만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인준청문회에서 북한 문제에 강경한 태도를 감지하고 이를 그대로 두면 핵 문제나 관계 개선 문제 등의 계기를 놓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 신행정부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북한의 존재나 요구사항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라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 등을 통해 미국에 ‘추파’를 던졌지만 미 정부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압박을 한 것이다.
“北내부 통제력 잃어가자 위기감 조장”
▽중앙대 이조원(정치외교학) 교수=북한 정권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력을 서서히 잃어가는 상황에서 군부가 내부 단속을 위해 강한 대남 압박 조치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종합시장 폐쇄 조치를 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이를 연기했다. 북한 지도부와 주민 사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정남과 3남 정운의 후계자 지명설이 잇달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현실을 두고 권력층 내부에 상당한 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북한이 대남 압박을 위한 논리적 수순인 개성공단 추가 압박이 아닌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들고 나온 것은 정책 결정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오바마 정부 출범맞춰 이슈 선점 노려”
▽경남대 김근식(정치외교학) 교수=최근 북한의 전방위 공세는 향후 대미관계에 ‘다걸기(올인)’를 하면서 동시에 남한을 압박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의 문답은 이번 주 출범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자신들의 원칙적 입장을 최대치로 이야기하며 향후 협상에 대비한 이슈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이 군사적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군사 행동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다. 결연한 자세를 밝힌 후 남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최대한 길들이기 포석”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안보전략연구센터장=북측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최대한 길들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다음 달 출범하는 오바마 미국 차기 행정부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제스처’이기도 하다.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쓰러진 뒤 초래된 당·정·군의 권력 변화와 충성 경쟁 속에서 군부가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향후 대남전략에서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고 본다. 군부가 기득권 유지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남남갈등을 노리고 북방한계선(NLL)에서 군사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