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인민군 총참모부와 외무성 등의 대변인 3명을 내세워 전방위 대남, 대미 공세를 폈다. 버락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과 북한 내부 통제력 약화 등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낮 12시경 외무성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문답을 통해 ‘조선반도 비핵화’를 제기했다. 오후에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을 내고 “(남한에 대한) 전면 대결태세”를 주장했다. 이어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교직원분과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한의 통일안보교육 강화 움직임을 비난했다.》
군복 입고 TV출연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고수”
美 떠보고… 南 흔들고… 北 다잡기
‘NLL 철폐’ 서해도발 가능성도 시사
북한군 작전지휘부인 총참모부 대변인은 이날 대좌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조선중앙TV에 나와 남한 정부가 대결정책을 선택했다면서 “우리의 혁명적 무장력은 그것을 짓부수기 위한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특히 “우리가 이미 세상에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을 그대로 고수할 것”이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군사적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이 TV에 출연한 것은 1998년 12월 한미 ‘작전계획-5027’ 수립 계획을 비난한 이후 10년 만이다.
북한은 군 대변인의 ‘깜짝 TV 출연’을 통해 오바마 미 행정부의 관심을 끌고 남한의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는 한편 대남 긴장 조성을 통해 내부 체제단속을 강화하려는 속셈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남 공세에 의연하면서도 절제 있게 대처하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대북 성명 발표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성명 발표 직후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단순한 ‘협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 아래 북한군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오후 6시를 기해 전군에 대북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전군 경계태세 강화 지시는 북한 핵실험(2006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군 당국은 서해 NLL 인근 지역과 군사분계선(MDL) 지역의 북한군 이상 동향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
경찰청도 18일 0시 전국의 주요 국가시설과 공항, 항만 등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전투경찰대와 경찰특공대 등에 출동 대기를 명령했다.
“조선반도 핵문제 본질은 美핵무기 대 우리 핵무기”
核국가 자격 美와 核군축협상 속내
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반도 핵문제의 본질은 ‘미국 핵무기’ 대 ‘우리 핵무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북)-미 관계가 외교적으로 정상화된다 해도 미국의 핵 위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우리의 핵보유 지위는 추호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선(先) 관계개선, 후(後) 비핵화’의 메시지를 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핵 국가’ 대 ‘핵 국가’로 군축 협상을 하자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