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오바마 정부에 ‘맞춤 카드’

  • 입력 2009년 1월 19일 02시 58분


총리출신 인사 보내 美 FTA 비준 포석

2주전 내정… 지역안배 고려 어제 발표

18일 주미대사로 내정된 한덕수(사진) 전 국무총리는 전(前) 정권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지낸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의외의 발탁 인사라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한 전 총리의 전격 발탁은 무엇보다 미국 버락 오바마 새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시동을 걸었다.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의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겸 한미 FTA 특보를 지냈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미 FTA 협상의 산증인인 것이다. 요컨대 미국 측의 한미 FTA 재협상 시사 발언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 의회의 원활한 비준동의 등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또 이전 정부의 총리급을 주미대사로 보냄으로써 오바마 새 정부와의 코드를 맞추려는 의지도 깔려 있는 듯하다.

여권 핵심 인사는 “앞선 정권에서 한미 FTA 협상을 주도했고 경제 관료로서 지내온 관록은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면서 “김대중 정권 때 첫 주미대사를 이홍구 전 총리가 했다. 이번 인사는 경제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고려했고, 한 전 총리도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현 정부에선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한 전 총리의 주미대사 내정은 2주일 전에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그의 주미대사 내정 사실이 4대 사정기관장 인사와 함께 발표된 것은 지역 문제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원세훈 국정원장 내정자와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모두 TK(대구 경북)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전 총리의 주미대사 내정 사실을 함께 발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프로필 ▼

○ 한덕수 주미대사 내정자

정통 경제관료로 盧정부 총리 지내

행시 8회로 통상 분야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통 경제관료. 합리적인 일처리 능력이 돋보인다. 김대중 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지만 2002년 7월 한중 마늘협상 파동으로 공직생활을 접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맡으면서 기자실 폐쇄에 적극적이었다.

△전북 전주(60)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국무조정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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