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북외교 기대와 우려
북한은 1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한이 갈망하는 것은 관계 정상화가 아니라 핵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핵폐기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고 한반도 핵문제의 본질도 ‘미국 핵 대 북한 핵’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오바마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당선 직후 공개한 ‘오바마―바이든 플랜’에서 ‘핵 테러 예방’ 조치의 일환으로 북한 및 이란의 핵무기 계획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를 위해 “단호하고 직접적인 외교”를 공언했다. 클린턴도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이 핵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해제했던 제재의 부활은 물론 새로운 제재도 고려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와 클린턴의 이러한 대북 핵협상 자세에 기대를 걸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해결 전망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오바마 정부는 우선 조지 W 부시 정부가 임기 말년에 떠넘긴 ‘북한 핵보유 인정’이라는 부담스러운 짐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 워싱턴은 북한의 핵보유라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는 일과 핵보유국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라지만 이에 대한 북-미 마찰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지난 10여 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핵개발 계획도 단호하게 다루지 못한 남북회담, 북-미회담, 6자회담은 앞으로는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북-미 핵군축회담을 주장하는 북한을 상대로 북핵문제를 다뤄야 한다. 일방주의를 배격하며 동맹 및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오바마 정부가 북한에 새로운 군사 경제적 제재를 가하려 할 때 중국이나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의 협력을 끌어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절실한 점은 한미공조 관계다. 특히 한국의 대미공조가 확고해야 한미일 협력이 힘을 받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참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과거 한국정부는 한미공조보다는 남북공조로 기울었고, 그 결과는 2006년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정부는 먼저 북한과 협상하고 결과를 한국에 통보하는 식의 대북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되풀이돼서는 안 될 부시 정부의 과오였다.
한미연합사 해체도 재고할때
또한 한미 양국은 북한의 오바마 정부 출범에 즈음한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 총참모부는 17일 “남한이 대결을 선택했다”는 구실로 “전면적인 대남 군사대결태세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서해해상 군사분계선 고수 의지를 강조했다. 우리 합동참모부는 이에 대북경계 강화를 지시하고 한미연합사(CFC)에 정보자산활동의 증가를 요청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면서 특히 서해상에서의 군사충돌 가능성에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정부는 지금처럼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으로 한미연합사를 서둘러 해체하는 일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핵 위기, 경제위기, 북한 군사도발 등 향후 몇 년이 한국안보에는 가장 취약한 시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전 국방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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