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대북정책 핵심브레인 ‘뒤늦은 입각’
玄내정자 “비핵 개방 3000구상 北과 대화할 것”
통일부 “MB와 대북인식 공유… 조직활력 기대”
《이명박 대통령이 ‘1·19 개각’을 통해 ‘젊은 측근’들을 정부 부처에 포진시켰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내정자가 그들이다. 관가에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내정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과 더불어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현인택(고려대 정외과 교수)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캠프였던 안국포럼에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의 소개로 합류한 뒤 비핵·개방3000 구상 같은 대선공약을 구체화하는 등 외교안보 분야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했으며 지난해 1기 내각에 외교안보 분야 입각이 예상됐으나 일부 측근과의 마찰 등으로 조각 멤버에 들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이후 현 내정자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꼭 중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고 주영대사직도 제안했지만 현 내정자가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현 내정자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려운 때 장관을 맡게 된 만큼 대통령의 철학과 대북정책의 근간을 잘 뒷받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 개방 3000 구상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북한과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내정자는 현실주의 시각에서 국제정치 역학관계를 바라보는 국제정치학자로 안보문제에 밝아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남북문제를 해결한다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와대는 19일 현 내정자에 대해 “북한 사정에 해박하고 국방 분야에도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으며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풍부한 통일안보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실리적인 남북관계’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일부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이 대통령과 대북 인식 및 정책 방향을 같이하는 ‘실세’ 장관의 취임으로 조직에 활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 내정자는 김하중 현 장관이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의전수석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며 대북 화해·협력(햇볕) 정책에 몸담았던 ‘전력’ 때문에 느꼈던 심리적 부담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를 우선한 보수적인 대북정책 기조가 심화돼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경색될 경우 북한과 국내 진보세력이 조직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일부의 관료 조직을 관리하고 외교통상부와의 협력 및 경쟁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확보하는 것도 그에게 맡겨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현인택 통일부 장관 내정자
△제주(55) △제주 제일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박사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민간위원
▼○ 권태신 총리실장 환란때 대외협상 주도한 국제금융통▼
인재 많기로 유명한 서울대 상대 ‘68학번’. 행정고시 19회로 옛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한 지 32년 만에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에 오른 정통 경제관료다. 거시경제, 예산, 금융 분야를 두루 거쳤지만 특히 영어에 능통한 ‘국제금융통’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후 신용평가기관들과의 협상을 주도해 국가신용등급을 끌어올리는 데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농담을 재치 있게 영어로 옮겨 협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에는 ‘경제 개방’에 대한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체구가 작지만 선이 굵고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경북 영천(60)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2차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국무총리실 사무차장
▼■ 7개월 만에 돌아온 이주호 교과1차관
교원평가제-입시 자율화 등 교육정책 밑그림
李차관 “교육의 성패가 올 한해에 달려있다”
교과부 관료들은 “올 것이 왔다” 긴장한 표정▼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 직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에 교육과학기술부로 컴백한 이주호 1차관은 대선 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장자방’으로 불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 차관은 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당 제5정조위원장을 세 번이나 맡는 등 ‘교육통’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사회문화복지교육분과 간사를 맡아 ‘MB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완성한 이 차관은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에 임명됐다.
대학입시 3단계 자율화와 자율형 사립고 100곳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교원평가제 등 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정책은 대부분 이 차관이 입안한 법률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차관이 추진했던 지역 교육청 축소, 교장공모제 확대, 영어 공교육 정책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좌우 교육단체로부터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다”는 반발을 사면서 4개월 만에 수석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차관은 19일 임명 발표 직후 “현 정부의 교육정책 성패가 올 한 해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대통령에게도 같은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관의 컴백으로 지난해 지지부진했던 각종 교육정책의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교과부의 내부 개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에상된다.
이 차관은 ‘자율과 책임’ ‘경쟁을 통한 발전’ 원칙 아래 교육행정의 과감한 현장 이양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입시 업무의 대학 이양과 같은 기존 교육 관료들의 ‘힘 빼기’가 빠르고 폭넓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대신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통합한 원래 조직개편 취지는 물론 대통령의 올해 국정운영 목표에 맞춰 과학기술 중심의 교과부 운영이 눈에 띌 것으로 보인다.
이 차관에 대한 교육계와 관료사회의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만큼 지난해와 같은 알력이 재연될 수도 있다. 교과부 관료들은 벌써부터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말부터 직접 업무를 챙기며 조직 장악에 나선 안병만 장관과 교육행정 전문가인 정진곤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과의 관계 정립도 이 차관이 넘어야 할 과제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 이주호 교과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