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개각’ 체면구긴 실세들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잘해봅시다”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청와대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잘해봅시다”
이명박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청와대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인선작업 배제… “찔끔 개각 없다” “설 이후 단행” 예측 빗나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18, 19일 잇따라 단행된 4대 사정기관장 인사 및 개각에서 누가 인선 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지, 영향을 미쳤는지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물론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명식 대통령인사비서관이 인선의 실무를 담당했다.

관심은 이른바 이 정권의 ‘실세(實勢)’라고 불리던 인사들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번 인사에서 배제된 듯하다.

인선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세’들이 언급했던 인선 진행내용은 실제와 다른 것이 많았고, 이미 한참 전에 청와대 내부에서 논의했던 내용을 뒤늦게 전달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번 개각에서만큼은 ‘실세(失勢)’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1월 초 개각의 폭에 대해 “찔끔 개각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찔끔’ 개각이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수석비서관 전원 교체 당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소문이 났던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경제부처 장관들 인사는 설 이후에 있을 것이다. 그 장관들이 경제법안을 잘 아는 당사자들이라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된 뒤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설 이후 개각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설 전 개각이었다.

이 가운데 특정 자리를 두고는 이른바 여권 내 주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바람 잡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정원장에 OOO가 확실하다” “OOO가 국정원장으로서 일을 잘할 것이다” “현 원장이 유임될 것이다” 등 자신의 희망을 담은 얘기들만 쏟아냈다.

대통령수석비서관들도 자신들이 모두 인사 대상이라 언론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 대통령 주변에서 진행되는 인사작업에선 차단됐다.

다만 실세 그룹이 이번 인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후보자 추천에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대통령은 여러 그룹이 제각각 작성해 올린 4, 5개 인사안을 참고해 그 가운데 본인의 생각과 일치하는 인물을 낙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개각으로 확인된 것은 이 정권의 유일한 실세는 대통령뿐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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