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이번 사태를 최대한 조속히 수습하기로 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선(先)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진상 규명에 이어 김 서울청장이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명될 경우 경찰청장 내정을 철회한다는 데 이견은 없는 듯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여러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 서울청장이 지휘권 남용 등 법적 책임 여부와 무관하게 ‘자진 사퇴’ 형식으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문책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 서울청장을 모두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최소한 김 서울청장만이라도 희생시키고 정국을 수습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월 임시국회가 ‘김석기 국회’가 된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정부 여당 내에선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불법시위이며 김 서울청장을 경질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한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의원은 “수사 결과도 안 보고 문책부터 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공무원이 손에 흙을 묻히겠느냐”고 주장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