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른바 자천타천형 기사가 난무하고 있어 정리해 드린다”며 “이번에는 정치인 입각은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오후 1시 반경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장관 인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이 대변인은 뒤늦게 내정 사실을 확인하며 “(친 박근혜계 의원 등) 특정 인물이 (후보로) 거론돼 혼선이 빚어지면 안 되겠다는 차원에서 (정치인 입각 없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다. 양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장관 인선은 ‘1·19개각’ 때 류화선 경기 파주시장 카드가 무산된 이후 11일 만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청와대는 류화선 카드를 버린 뒤 ‘정치인 입각은 배제하겠다’는 종전의 태도를 바꿔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후보들을 대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관료 출신 중에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과 김무성 의원 등의 이름이 청와대 주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2월 임시국회와 4월 재·보궐 선거 등 국정 운영에 있어서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각종 건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설 연휴 기간 행안부 장관 인선을 당에 맡기기로 결심하고 박 대표-정정길 대통령실장 간 핫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실장은 설 연휴 다음 날인 28일 박 대표에게 ‘행안부 장관 인선은 당이 알아서 하라’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박 대표는 그때부터 정 실장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인사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친이계, 친박계와 같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를 물색했다고 한다. 이어 이 의원이 행정전문가이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와 정 실장은 결국 이 의원을 장관 후보로 추천해 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 의원은 행정 전문가이면서 정치인이라는 절묘한 카드였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 인사에 박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개각 때 정치인들이 배제되면서 여당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았으나 이번 정치인 기용 인사로 불만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국세청장 인선은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세청장 인사에 대해 “이번 주 내에는 없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있어 앞당긴 것이고 국세청장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