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장관인선 핫라인’ 가동… 박대표가 직접 후보낙점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축하합니다”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오른쪽)이 30일 행정안전부 장관에 내정된 뒤 국회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아 박희태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축하합니다”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오른쪽)이 30일 행정안전부 장관에 내정된 뒤 국회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실을 찾아 박희태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30일 한나라당 이달곤 의원의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은 청와대 핵심 참모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른바 자천타천형 기사가 난무하고 있어 정리해 드린다”며 “이번에는 정치인 입각은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날 오후 1시 반경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추천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장관 인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게 됐다.

이 대변인은 뒤늦게 내정 사실을 확인하며 “(친 박근혜계 의원 등) 특정 인물이 (후보로) 거론돼 혼선이 빚어지면 안 되겠다는 차원에서 (정치인 입각 없다는) 얘기를 했던 것이다. 양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장관 인선은 ‘1·19개각’ 때 류화선 경기 파주시장 카드가 무산된 이후 11일 만이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청와대는 류화선 카드를 버린 뒤 ‘정치인 입각은 배제하겠다’는 종전의 태도를 바꿔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후보들을 대상으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관료 출신 중에서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인 허태열 최고위원과 김무성 의원 등의 이름이 청와대 주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2월 임시국회와 4월 재·보궐 선거 등 국정 운영에 있어서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참모들의 각종 건의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설 연휴 기간 행안부 장관 인선을 당에 맡기기로 결심하고 박 대표-정정길 대통령실장 간 핫라인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 실장은 설 연휴 다음 날인 28일 박 대표에게 ‘행안부 장관 인선은 당이 알아서 하라’는 대통령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 박 대표는 그때부터 정 실장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인사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친이계, 친박계와 같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후보를 물색했다고 한다. 이어 이 의원이 행정전문가이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무행정분과 인수위원으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와 정 실장은 결국 이 의원을 장관 후보로 추천해 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이 의원은 행정 전문가이면서 정치인이라는 절묘한 카드였다”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 인사에 박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권 일각에서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배려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일 개각 때 정치인들이 배제되면서 여당에서 불만이 끊이지 않았으나 이번 정치인 기용 인사로 불만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국세청장 인선은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세청장 인사에 대해 “이번 주 내에는 없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공백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있어 앞당긴 것이고 국세청장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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