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0일 오전 6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난하면서 “지난 시기 북남 사이에 채택된 모든 합의들은 이미 사문화되고 백지화되어 우리만 구속받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무효화하겠다는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사상과 제도 존중 △비방 중상 중지 △무력충돌 방지 문제라고 예시해 이런 조항이 포함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과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성명에서 ‘북남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협력, 교류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2장 11조’와 ‘관련 부속합의서 3장 10조’를 폐기 대상으로 명시했다. 이는 북한이 스스로 NLL을 인정했던 조항이다.
성명은 “우리가 당시 그에 합의한 것은 조선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성을 미리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 미국이 제멋대로 그어놓은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어 “우리 측은 이미 가장 합리적인 서해 해상분계선을 설정해 선포했으며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에서 그것만을 인정한다는 것을 다시금 명백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차분하게 대처하되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남북기본합의서의 NLL 조항 등) 남북한의 합의는 쌍방이 합의했을 때 수정될 수 있으며 일방의 주장에 의해 폐기되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5, 6월 꽃게잡이 기간에 서해상에서 무력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북한의 침범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