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정부에 부처참여 산업별 구조조정 요구”
한나라당이 정부 부처가 주도하는 산업별 구조조정을 정부에 요구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도 현재의 구조조정 시스템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시중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3일 기자와 만나 “기업 구조조정을 은행에 맡겼지만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지금은 상황이 심각한 만큼) 단순히 개별 기업의 생사 여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각 부처가 참여해 외환위기 때처럼 산업별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최근 청와대 벙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을 채권단 자율에 맡긴 결과 건설·조선 업종의 퇴출 대상 기업이 2곳에 그치는 등 구조조정 성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과 조선, 해운,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과잉 투자 여부와 향후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업체 간 합병이나 퇴출 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도했던 반도체나 자동차 빅딜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윤 장관 내정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행 자율로 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취임 후 분석 결과를 놓고 총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산업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조만간 금융위원회를 통해 기업 구조조정 개선 방안을 공식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