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꽉 막힌 규제 개혁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55분


여야 대치로 관련법률 159개 중 60% 처리 못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기 위해 서두르고 있지만 핵심 규제의 상당수는 국회에서 관련 법률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어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이 4일 올해 새로 선정한 규제개혁 과제 1002개 중 범정부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기로 한 147개 핵심 규제개혁 과제를 분석한 결과 정부가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규정) 개정만으로 자체 처리가 가능한 것은 89개(60.5%)에 그쳤다.

반면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허가제 완화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재건축 때 임대주택 건설 의무 폐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 허용은 고용보호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대부분은 국회를 통과해야 되는 것들이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던 1249개 규제개혁 과제와 관련된 법률 159개 중 60%인 95개는 아직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연내 추진을 약속했던 한계농지 소유 및 거래제한 폐지 방안, 은행주식 보유규제 합리화 방안, 금융지주회사규제 합리화 방안 등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묶이는 바람에 처리가 늦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규제개혁 과제 달성이 96%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정작 국민이나 기업은 이 같은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인 김정호 자유기업원장은 “정부가 개혁했다는 규제 건수가 수천 건이어도 국민이 변화를 못 느끼는 이유는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 및 개정해야 풀리는 큰 덩어리 규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여야가 국회에서 각종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하는 상황인 데다 핵심 규제와 관련된 법률일수록 야당의 반대가 거세 규제개혁 관련 주요 법안 처리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김 원장은 “풀면 누구에게나 좋은 규제는 이미 다 풀려서 더 남아 있지 않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 규제가 풀리면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는 규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