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 겹쳐 곳곳서 “처리 연기” 후퇴조짐
여야가 쟁점 법안을 놓고 치열한 입법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는 회의 때마다 ‘국회 내 폭력 불가’ 등을 주장하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지만 말에 그치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해 12월 국회 때 보여줬던 긴장감이나 법안 관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일부 의원들은 “미디어 법안 처리는 이번에 힘들지 않겠느냐”거나 “금산분리 규정은 절충이 필요하다”는 등 지도부와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당의 전열이 이처럼 흔들리는 배경에는 4월 재·보궐선거와 계파 갈등, 지도부의 분열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박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할 뜻을 굳히면서 여야 관계에서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한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지난해 자주 언급했던 ‘법안 직권상정’ 발언을 최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원내 사령탑인 홍 원내대표도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여야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데 신경 쓰는 눈치다.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말년 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당정협의 같은 데 가겠느냐”며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한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의원은 “지도부가 당이 아닌 본인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나른한 웰빙 정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3월 예정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대응 움직임 등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기류도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집중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가까워지면서 당내에서는 벌써 향후 권력지도 재편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친박계는 최근 들어 미디어 관계법, 국회폭력방지법 등 당론으로 추진하는 주요 법안에 대해서도 산발적인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이 ‘원 톱’을 정점으로 결속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도 ‘탈(脫)여의도’ 운운하며 당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아 자칫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