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달라” 중국에 압력 넣고
“견딜수 있다” 南에 강한 메시지
김정일, 지난달 中왕자루이 5시간 접견… 독주도 마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4일 중국이 무상원조를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전격 보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보도에 중국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는 소식도 베이징(北京) 외교가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은 매년 북한에 적잖은 유·무상 원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양국 모두 꺼리기 때문에 공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은 왜 이번엔 중국의 무상원조 제공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했을까.
지난해 11월 중순 북한 당국은 올해 1월부터 장마당을 폐쇄하며 공산품과 식량은 앞으로 국영상점이나 식량공급소에서 판매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주민들 사이엔 이런 소문이 쫙 퍼졌다.
“세계 경제위기로 재고상품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중국이 이를 원조 형태로 우리나라에 대량으로 푼다. 국영상점에는 중국 상품이 쌓이고 배급도 제대로 준다.”
북한 당국이 지난달 17일 군 총참모부 성명을 시작으로 남북관계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북한 주민들의 관심은 “콩밭에 가 있다”는 것이 북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1월에 오는 중국 특사가 소문처럼 과연 원조를 갖고 올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기대’에 빨리 부응해야 할 필요를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16일 예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7세 생일 행사와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라도 민심을 달래는 일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은 무상원조 보도를 통해 한국에는 “우리는 중국이 있어 견딜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는 “공개됐으니 이왕이면 좀 더 많이 내놓으라”는 압력을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대외연락부장을 5시간이나 접견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5일 보도했다. 그가 일주일 동안 대외활동을 중단하며 컨디션 조절을 한 뒤 왕 부장과 도수 높은 술로 대작했다는 내용도 흘러나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