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이 그제 서울 외신기자클럽 강연에서 “전면전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무기 통제력 상실 가능성 등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했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이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 같아 우선 다행이다. 노무현 정부는 북이 2006년 핵실험을 한 이후에도 북한 주권에 대한 침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핑계로 ‘개념계획을 작전계획으로 격상해 대비하자’는 미국 측 제의를 거부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생각하면 완벽한 북핵 대책 마련은 발등의 불이다. 핵과 탄도미사일 같은 비대칭 전력(戰力)이 열세인 우리로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우리 군은 북핵 대책에 보조자가 아니라 당사자로 당당하게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핵 불용(不容)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샤프 사령관이 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여부와 관련해 “핵보유국, 핵능력, 핵무기 등의 용어가 있지만 언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유감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에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어 오해를 키울 소지가 있다.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도 ‘(북의) 핵무기 폭발’ 운운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런 발언이 계속되면 북한이 한미 간에 견해차가 있다고 오판해 도발을 하거나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런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미는 북핵 불용 원칙을 확고히 하면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공조체제를 완벽히 갖춰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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