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석기 “이번 일이 법과 원칙 세우는 전기 되길”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8분


故김남훈 경사 추모하며…10일 오후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진압에 참여했다가 숨진 고 김남훈 경사의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조직의 상사로서 (김 경사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故김남훈 경사 추모하며…
10일 오후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용산 철거민 점거농성 진압에 참여했다가 숨진 고 김남훈 경사의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분향하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조직의 상사로서 (김 경사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 사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인터뷰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0일 오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직행했다.

김 청장은 용산 철거민 점거 농성자 진압 과정에서 숨진 김남훈 경사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김 청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시민을 지키기 위해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은 김 경사의 죽음을 국민이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하는 심정에서 현충원을 방문했다”며 “나에게는 의례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불법-폭력시위 근절돼야”

그는 “경찰이건 농성자이건 생명의 가치는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시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은 경찰의 죽음과 그런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다 사망한 시위대의 죽음은 그 의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김 경사의 죽음이 시위대의 죽음과 똑같이 평가된다면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라는 말도 했다.

김 청장은 일부 정치권을 향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경찰에 책임만 강요”

그는 “일부 정치인은 사건의 발단이 된 불법 폭력 행위의 비난에 앞서 정당한 법 집행을 한 경찰에 대한 책임만을 강요했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은 “일본도 이번 용산 사고와 같은 불상사를 몇 번 겪은 뒤 불법 폭력 시위가 근절됐다”며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법과 폭력 시위를 뿌리 뽑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장에 내정되고도 임명되지 못한 채 경찰복을 벗게 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그는 “불법에는 강한 경찰, 선량한 시민에게는 더 없이 친절하고 따뜻한 경찰을 만들어 보겠다는 다짐을 드디어 실천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떠나게 돼 아쉽다”며 “그 힘든 과제를 후배들에게 모두 미루고 떠나 미안하지만 후배들이 더 빨리, 더 훌륭하게 그 꿈을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는 하지만 경찰관들의 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공권력 투입이 불가피했고, 정당하게 법 집행을 한 경찰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혀달라는 경찰관들의 요구가 많았다”며 “‘법과 원칙, 소신은 처음부터 우리 경찰의 몫이 아닌 것 같다’는 후배의 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12일 퇴임식을 마친 뒤 지난해 작고한 부친의 묘소에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6·25 참전 경찰관으로 경북 영천에 있는 참전 유공자들의 묘역인 호국원에 안장돼 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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