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정직해야 위기극복… 요술방망이는 없다”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8분


2기 ‘윤증현 경제팀’ 정책 방향

마이너스성장 현실 인정… 신뢰회복 나서

일자리-신빈곤층 지원 등 6대과제 제시

추경, 세수부족 감안 15조~20조 될수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취임하자마자 올해 성장률 전망치와 일자리 수를 마이너스로 낮춰 잡은 것은 어려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정부의 경제인식을 가감 없이 드러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의 고통 분담을 호소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경기침체를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요술 방망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윤증현 경제팀이 밝힌 경제운용 방향은 전체적으로 전임 강만수 경제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차별화를 시도한 대목이 적지 않다.

○ 눈높이 낮춘 윤증현 경제팀

윤 장관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무릅쓰고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것은 재정부 내부는 물론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정부의 의지와 경기부양 대책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담아 적당히 ‘분식(粉飾)’한 목표치를 제시하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0%는 10개 주요 투자은행(IB)들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2.3%와 비슷한 수준.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비현실적이란 평가를 받던 일자리 창출 목표(10만 개 내외)도 폐기할 수 있었다.

윤 장관은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정부의 정직성에 있다”며 “정직하게 말씀드리고, 그렇게 해서 이해를 구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석이 나올 때마다 정부가 신경질적인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시장의 믿음을 잃어버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일자리 창출, 서비스업 활성화에 집중

새 경제팀은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과 신용경색 해소, 일자리 나누기, 신(新)빈곤층 지원,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추진이라는 6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일자리다. 경기침체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최악인 상태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진척으로 실직자까지 늘어나면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관련법의 개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를 지키고 나누려는 기업이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하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에 대해 한시적으로 저금리 대출을 해주고 최저임금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큰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교육 부문에서 외국 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 추경 규모 10조 원 크게 넘어설 듯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넉넉한 ‘실탄’이 필요하다. 경기침체로 올해 세수(稅收)가 부족할 것이 확실시돼 경기진작 효과를 내려면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재정부의 시각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윤 장관이 3월 말까지 국회에 내놓기로 한 추경안의 규모는 당초 예상됐던 10조 원을 넘어 15조∼2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재정부는 지난해 정부의 일반회계 순잉여금(세계잉여금) 4조6000억 원 중 2조1000억 원을 이미 추경 재원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동아닷컴 이철 기자

<윤증현 경제팀의 6대 경제정책 과제>

1.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

―내수경기 부양 위해 2월 중 추경안 마련, 3월 말 국회 제출

2. 신용경색 해소

―신용보증 공급 규모 대폭 확대, 수출입 금융 및 외화자금시장 여건 개선

3. 일자리 지키기·나누기·만들기

―노동시장 제도 선진화,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 사업자에 한시적으로 저금리 대출

4. 신(新)빈곤층 지원

―서민·취약계층에 생계비 지원, 다가구주택 매입 임대 확대, 임대보증금 지원

5.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의료서비스 민간투자 활성화, 외국 교육기관 유치, 녹색성장 등 성장동력 확충

6.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추진

―은행 자본 확충 및 부실채권 매입을 통해 신속한 구조조정 유도

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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