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일 사진엔 병색 감추기 특별장치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4일 02시 58분



건강이상설 이후 ‘北 1호 사진’ 분석

야외 대형조명 - 각도 조절… 작년 12월부터 ‘밝은 얼굴’ 만들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른바 ‘1호 사진’)은 북한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최대의 대외 선전물이다. 건강 이상으로 한동안 칩거했던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 김 위원장 사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나온 김 위원장의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밝고 깨끗하다. 그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메이크업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1호 사진 촬영에 ‘새로운 장치’를 이용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군부대 현지지도 사진(⑤)에는 김 위원장이 야외에서 군인들과 함께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생동감 있는 이 사진의 비밀은 김 위원장의 선글라스에 선명하게 나타나 있는 5개의 캐치라이트(catch light)에 숨겨져 있다.

캐치라이트는 눈동자나 안경에 광원(光源)의 반사가 나타나는 현상. 이 캐치라이트는 카메라 플래시 외에 적어도 2개 이상의 다른 조명이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캐치라이트의 선명도로 볼 때 일반 플래시의 3, 4배 광량의 대형 조명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별도의 조명 사용 증거는 이후 더욱 두드러진다. 이달 13일 공개된 강원도 원산농업대학 방문 사진에도 김 위원장의 선글라스에 캐치라이트가 7개나 보인다.

지난달 15일 평양 껌 공장 방문 사진(④)을 봐도 조명의 사용은 확인된다. 김 위원장의 손과 그 왼쪽에 선 여성의 손 그림자가 아래쪽으로 잡혀 있다. 그림자의 위치와 농도로 볼 때 조명은 천장 가까이에 설치한 영화 촬영용 대형 조명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조명 사용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12월 18일 자강도 강계의 전자업무연구소 시찰 사진(②)에는 김 위원장 발 뒤의 그림자 2개가 V자를 만들고 있다. 카메라 플래시 외에 별도의 조명을 사용한 것이다.

이어 지난해 12월 25일 김 위원장이 남포의 한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③)에는 발 뒤편의 그림자들이 X자로 교차하고 있다. 2개 이상의 별도 조명이 좌우에서 설치된 것이다.

이는 불과 1개월 전인 11월 25일 신의주 비누판매점을 방문해 찍은 사진(①)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사진에는 그림자가 겹치거나 다른 각도의 그림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때까지도 카메라 플래시 외엔 별도의 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진에서 일반 플래시가 아닌 대형 조명을 사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과거 외국사절 등과의 기념촬영에 스튜디오 조명을 사용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지만 현지지도를 나간 지방의 건물 안이나 야외에서 조명을 설치하고 촬영한 경우는 없었다.

조명을 사용하면 피사체를 좀 더 화려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얼굴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변영욱 기자는 2007년 북한대학원대에서 논문 ‘북한 1호사진의 변화’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8년 6월 책 ‘김정일.jpg-이미지의 독점’(도서출판 한울)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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