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무력 도발을 실행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선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하는 순간 언제든지 실행에 옮길 수 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의 무력 도발 손익계산서’는 정상적인 국가지도자의 손익계산서 작성과는 다른 회계방식에 기초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의 극명한 차이=“어뢰정이 가라앉아 고사(대공)기관총의 총신만 수면 위에 남은 상황에서도 적함을 향해 총탄을 발사했다. 숨을 거둔 채 물속에 잠겨서도 방아쇠를 놓지 않은 영웅 해병의 모습에 적들은 전율했다.”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이 끝난 직후 북한 전역에서 일제히 진행된 강연회에서는 연평해전의 해병 중사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북한은 당시 함정 2척 침몰, 3척 대파에 수십 명의 전사자를 낸 대패였음에도 불구하고 1차 연평해전을 ‘적의 도발을 분쇄한 승리’로 선전했다. 남측 고속정이 침몰했던 2차 연평해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언론이 선전수단에 불과한 북한에서는 전사자가 수백 명이 발생한 대패일지라도 항상 김 위원장이 승자일 수밖에 없다.
반면 남한은 상황이 다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 갈등, 한반도 긴장 고조에 따른 경제적 손해 등 ‘변수’가 많아 상황에 따라선 ‘압도적 전투승리’가 ‘승리’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같은 남북의 근본적 차이는 북한이 때로는 패배를 예상하고도 무력 도발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김 위원장의 손익계산서=결국 김 위원장의 향후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따라 북한의 군사적 도발 여부가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내부 단합을 통한 체제 강화가 최우선 목표라면 군사적 도발은 매력적인 카드다. 긴장을 조성해 사회 불만을 억누를 수도 있고, 자발적인 내부 결속을 유도하는 데 군사적 충돌과 ‘전투 영웅’의 등장은 효과적이다.
실제 1차 연평해전이 벌어지자 황해도에서는 군 지원열풍이 일어났다. 그 이전까지 군인들을 도적무리로밖에 보지 않던 주민들의 군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반면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경제 회생을 최우선시한다면 도발 카드는 꺼내기 어렵다.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 국제적인 비난이 고조되며, 외국인 투자는 물론이고 외국의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테러지원국 딱지를 가까스로 벗은 북한으로서는 큰 부담이 된다.
더구나 무력 도발은 남한의 국민 여론을 자극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더욱 힘이 실리게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으로선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