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 대통령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직접 나서는 ‘자기 정치’를 했다. 대통령이 직접 모든 것을 다 챙기려다 보니 제대로 챙겨지는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를 그다지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올해부터는 각 분야에 ‘메신저’를 두고 자신의 국정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부처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도와줘야 한다”며 자신을 포함해 청와대가 때로는 조력자 역할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국회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여의도 관리’에 들어갔다.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대국민 직접 정치’도 실험하고 있다.
○ 메신저 정치
1·19개각 등으로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이 대통령의 ‘메신저’로서 정부 곳곳에 다시 포진했다.
경제 분야에선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난 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윤증현 재정부 장관과 함께 ‘경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 분야는 ‘복심(腹心)’으로 불렸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미디어 관련 현안과 관련해 정부의 ‘입’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공직사회를 연결하는 메신저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몫이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교육 현장을 누비며 이 대통령의 교육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현안이 있을 때 메신저를 찾는다고 한다. 현장의 소리를 듣기도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이 대통령은 구체적인 ‘미션’을 부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메신저들이 모두 이 대통령의 오래된 측근이라 목소리만 들어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집권 2년차의 비전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고민해 봐라’는 등 큰 방향은 간혹 정해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메신저들은 사안에 따라 협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경쟁하기도 한다. 곽승준 위원장, 이주호 차관, 박영준 차장은 2일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과 일종의 단합모임을 갖기도 했다.
○ 여의도 관리 정치
1월 ‘입법전쟁’을 치르면서 의회 권력을 새삼 절감한 이 대통령은 여의도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식탁 정치’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정두언 의원,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 안상수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3명의 수도권 광역단체장을 청와대로 불러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또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맹형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시켜 여야 의원들을 수시로 접촉하도록 하고 있다.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최근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것도 이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직접 정치’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기본 태도지만 높은 지지율은 국정개혁 드라이브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디오 연설을 통해 자신의 국정 철학을 소상히 알리고 각종 현장을 직접 찾아나서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