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들 나서 의견수렴… 지경부도 호남 출장 설득
민주 소속위원장은 黨에 반대 당론 철회 요청도
광주시장도 제안 수용… 18대들어 법안 120건 처리
한나라당의 2월 국회 중점법안에는 지식경제위원회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빠져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말 중점법안에는 포함돼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말 원내대책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경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기현 의원에게 “왜 중점법안을 한 건도 제출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은 “여야 토론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서 “중점법안에 넣으면 야당의 반발만 사게 돼 될 일도 안 된다”고 대답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은 지경위에서 여야가 맞서는 거의 유일한 법안이다. 개정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5+2 광역경제권’ 지원 방안을 담고 있다. 호남권에서 반대가 심했다. 기존 균형발전 계획대로 가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이 법안을 반대했다.
법안 자체는 이미 지난해 11월 상임위에 상정돼 있다. 일단 논의를 하려면 상정은 해야 한다는 게 정장선 위원장(민주당)과 양당 간사(한나라당 김기현, 민주당 최철국 의원)의 의견이다.
그동안 공청회도 했고, 소위 심사도 3번이나 했다. 김 의원은 호남의 협조를 얻기 위해 지식경제부 당국자들을 광주와 전남에 파견하도록 했다.
그는 “법안 통과가 우선이니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수용하라”고 지경부 당국자들에게 당부했다. 정 위원장과 최 의원도 민주당 텃밭인 호남권의 반발을 해소해야 협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경부 공무원들은 광주시와 전남도를 찾아 정부의 진의를 설명하고 이어 광역생활철도 건설, 자동차부품산업클러스터 조성, 친환경부품산업 육성 등 굵직한 선물을 약속했다.
10일 박광태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에서 “호남권의 요구가 100% 가까이 반영됐다”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와 별도로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통과에 협조해 달라”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지난주에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 상가에서 박병석 정책위의장을 붙잡고 통사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여야 의원과 정부, 국회 수석전문위원이 참가하는 ‘4인 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속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식 회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서였다.
정 위원장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최근 박 의장에게 이 법안을 당론 반대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대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과 양당 간사는 앞으로 비(非)지경위 소속 광주, 전남 의원들과의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마지막 남은 고비다.
이렇듯 다른 상임위 같으면 이미 한바탕 사달이 났을 법한 법안을 처리하는데도 지경위는 차분하게 할 일을 다하고 있다. 18대 국회 개원 이후 상임위에서 처리한 법안은 120여 건이며 이 중 65건은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위원장과 여야 간사, 정부가 2인 3각으로 노력한 결과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24일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위원장을 하고 있지만, 가장 모범적이고 합리적인 의회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극찬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회 파행사태 속에서도 상임위를 정상 가동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심적 부담은 있었지만 경제 담당 상임위인 만큼 여야 구분 없이 간사와 위원들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내건 의회주의 원칙은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개회시간 철저히 지키기 △예산 관련 의안은 경제 활동에 도움 주기 위해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자동차 정보기술(IT) 로봇 디자인 등 차세대 성장 동력 및 경제 현안과 관련한 의안은 현장 목소리 듣기 △국정감사에서 부처별로 지적된 사안은 예산심의 전까지 시정·개선 보고 듣기 등이다.
그는 지금처럼 여야 대립이 장기화되고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를 ‘지도부의 실패’ 때문으로 본다. 상임위에 국회 운영을 맡기되 막판까지 합의가 안 되는 부분만 지도부가 정치적으로 해소해주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반대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더 근본적으로 여야 모두 국회의원 본연의 책무인 입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24일 지경위 전체회의를 끝내며 의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환율이 많이 오르고 안 좋은 소식만 들립니다. 이럴 때 국회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