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놓고 우주를 군사적으로 이용하게 된 빌미는 북한이 제공했다. 북한이 1998년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자 일본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즉각 첩보위성 4기 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그런 일본으로부터 배운 것일까. 이번엔 북한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7일 노동신문에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를 예로 들며 우주 이용 권리를 주장하는 기사를 게재한 데 이어 24일에는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내세워 “시험통신위성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거리 미사일과 인공위성은 똑같이 로켓의 힘으로 우주에 발사된다. 탄두 부분에 폭발물을 장착하면 미사일이 되고 인공위성을 실으면 위성발사체가 된다. 기술적인 구분을 떠나서 당장 식량이 없어 주민들이 굶어죽는 판에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값비싼 위성을 발사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누가 믿을까. 북한은 비밀리에 핵을 개발해 핵실험까지 했다.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면서 인공위성으로 위장한다는 의심을 받게끔 처신한 셈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움직임을 심각한 도발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위성발사 기술은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과 같은 것”이라며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695호와 1718호를 위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일본은 98년 이후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까지 갖췄다. 북한이 경고를 무시하고 도발을 감행하면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북한은 ‘우주’에 앞서 ‘지상’의 평화적 이용부터 고민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