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넥타이’ 다시 맨 李대통령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9분


정권출범 1주년 맞아 “초심 되새기자” 직접 골라

저녁엔 ‘도시락 국무회의’… 국정-교육개혁 토론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25일 오전 8시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진행된 직원 조회에서 “올 한 해는 이명박 정부의 성패뿐 아니라 대한민국 향후 100년의 명운이 달린 중요한 해”라며 심기일전을 당부하고 있을 때 이 대통령은 청와대 내 관저에서 옅은 옥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꼭 1년 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 때 맸던 바로 그 넥타이였다.

청와대 측은 “취임 당시의 ‘초심’을 되새긴다는 의미로 대통령이 직접 넥타이를 골랐다”고 밝혔다.

15분 뒤 집무실에 도착해 평소와 다름없이 일정 보고를 받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 이 대통령은 3·1절 연설문 검토를 마친 뒤 오전 10시경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들이 참석하는 확대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정말 열심히 일했지만 시행착오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1년에 묶여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5년 국정운영의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희망과 나눔의 새봄 음악회’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마지막 두 곡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이중창’,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란 곡이다. 두 곡은 모두 작곡가 개인이나 조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만든 것이지만 훗날 불후의 명곡이 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현재 처한 상황이 어렵지만 다른 어떤 나라도 성취하지 못한 ‘불후의 발전’을 이뤘으면 하는 심정을 갖고 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오후 6시부터는 도시락을 먹으며 3시간 동안 국정시스템 개선방안과 공교육 정상화 등을 주제로 국무위원들과 토론했다.

“논리적 설득 못지않게 국민의 감성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따뜻한 법치임을 알려야 한다.” “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사안은 미리 알려주고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혼을 가져야 열정을 분출할 수 있다.”

국무위원들은 개선해야 할 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토론을 지켜보던 이 대통령은 “각 장관들은 국가에 마지막으로 봉사한다는 자세로 위기극복에 임해 달라. 이순신 장군의 말처럼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한 때”라면서 “지난해는 예측하지 못한 채 위기를 맞았지만 올해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다. 확신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자”며 회의를 끝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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