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혹 인공위성이라도 유엔 결의문 위반 행위
2차례 실험통해 기술 축적… 과소평가는 일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포동2호 발사 강행 움직임은 미국에도 두통거리다.
최근 임명된 스티븐 보즈워스 국무부 북한담당 특사는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담당 조정관,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 내정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보 내정자 등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성향의 베이커 스프링 헤리티지재단 연구원과 필립 젤리코 버지니아대 교수, 중도 성향의 미국외교협회(CFR) 찰스 퍼거슨 연구원과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진보 성향의 리언 시걸 미 사회과학연구협의회 동북아안보협력국장 등 5명의 전문가를 인터뷰해 ‘북한 미사일’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봤다.
○ 미사일 요격 vs 대화 복귀
스프링 연구원은 “북한은 이란처럼 과학기술용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강행한 국가라는 점에서 이란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북한의 ICBM이 미국을 향하는 궤도를 그린다면 지체 없이 요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정책고문을 지낸 젤리코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발사대에 올려진 미사일을 선제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이미 생산한 핵무기(nuclear arsenal)가 기술적 완성도를 거친 장거리 미사일과 결합되는 것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며 “장래에 커질 위협의 근원은 미리 제거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이달 초 보즈워스 특사 일행과 북한을 방문했던 시걸 국장은 “조지 W 부시 정부 8년이 주는 교훈은 북한에 압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북한과 미국 모두 기존의 합의를 준수하면서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를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 북한의 미사일 능력
미 국무부 비확산국에서 근무했으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창설 작업에도 관여했던 퍼거슨 연구원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인 미사일의 대기권 밖 발사 후 재진입 능력과 핵탄두 장착 능력 면에서 아직은 초보적인 상태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군사적으로 유용하기 위해서는 12번 이상의 시험발사가 필요하지만 북한은 두 차례 시험발사를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프링 연구원은 “ICBM 시험발사는 성공보다는 실패한 실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운다”며 “북한의 미사일 평가에 대해 단정적으로 과소평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대북특사를 지낸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이 이란이나 파키스탄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대리인 자격으로 참가하는 등 협력관계에 있다”며 “3일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와도 모종의 공모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제재 가능성과 6자회담의 장래
스프링 연구원은 “인공위성과 미사일 발사는 같은 원리이기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주장해도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문 1718호 위반”이라고 말했다.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직후 채택된 1718호는 ‘북한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기존의 미사일 발사 유예 공약을 재확인할 것을 결의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퍼거슨 연구원은 “미사일에 관한 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같은 구속력 있는 국제규범이 명확하지 않다”며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탄도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한 헤이그 지침(HCOC) 등은 기술이전을 통제하기 위한 신사협정 또는 선언적 신뢰 구축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프리처드 소장은 “북한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이루기를 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시험발사가 이뤄져도 심각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걸 국장은 “6자회담의 기본정신인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며 “검증의정서 관련 문서화 작업은 협상진행 과정에서 해결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