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파행에 법안 2400여건 표류…내달 2일 직권상정 유력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빼앗긴 위원장 자리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진 위원장(위원장석 뒤쪽)이 위원장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이미경 의원(앞줄 왼쪽)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 관계법안 상정으로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부분 파행했다. 김경제 기자
빼앗긴 위원장 자리 2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박진 위원장(위원장석 뒤쪽)이 위원장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이미경 의원(앞줄 왼쪽)에게 자리를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디어 관계법안 상정으로 이날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부분 파행했다. 김경제 기자
金의장 “떫은 감은 체해” 미디어법 미룰듯

김형오 국회의장이 주요 쟁점법안을 직권 상정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작년 말부터 끌어온 ‘법안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번에 김 의장이 경제 및 민생관련 법안뿐만 아니라 미디어 관계법까지도 일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미디어법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실에 찾아가 쟁점법안 전체를 직권상정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의장은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맞섰던 미디어 관계법을 직권상정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쪽에 무게를 둬 한나라당 지도부와는 생각이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국회의장은 이미 심의에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대화와 타협이 더 진전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이를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직권상정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그는 “모든 안건은 해당 상임위에 상정해 충분하고 충실한 심의를 해야 한다”며 “상정된 안건은 충분히 시간을 갖고 토론과 논의를 하도록 할 것이라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의 말을 종합하면 각 상임위에 상정된 주요 경제법안은 본회의 직권상정으로 처리하되 미디어 관계법은 25일 상임위에 상정된 만큼 좀 더 논의되도록 묵혀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떫은 감을 먹으면 체한다”고 말해 미디어 관계법의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생각을 드러냈다.

의장실에선 법안 선별 작업을 하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산분리 완화(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산업은행 민영화(산업은행법 개정안, 정책금융공사법 제정안) 관련 법안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원혜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도 경제·민생법안은 어떤 식으로든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직권상정 시기는 이번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잡혀 있는 다음 달 2일이 유력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지도부는 2월 국회에서 미디어 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해 김 의장이 어떤 카드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26일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는 대부분 파행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고, 정보위는 이날 오후 국정원법 개정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로 1시간 50분 만에 끝났다.

정무위에선 오후 9시 김영선 위원장의 긴급 소집으로 전체회의가 열렸다. 여야 의원들은 밤늦게까지 쟁점법안을 소위에 넘기는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외통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않는다는 여야 간사 합의를 전제로 통상절차법 공청회를 연 데 이어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 비준안 등을 처리했다.

쟁점법안이 없는 보건복지가족위와 지식경제위, 기획재정위, 교육과학기술위는 회의가 무산됐고 국토해양위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진행됐다.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의 재판 배당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이 소집한 법제사법위는 정상 가동됐다.

국회 공전으로 각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 2400여 건도 표류하게 됐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대학입시와 관련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등 민생과 직결된 비(非)쟁점법안이 쌓여 있는데도 여야 정쟁으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임광희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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