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27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던 국회 본회의가 취소되고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정치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예정된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오전 11시에 각 당에 통보했다.
김 의장 측은 “한나라당에서 각 상임위의 법안 심사가 밀려있고 본회의 안건도 많지 않아 본회의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해 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김 의장의 본회의 취소 결정과 한나라당의 미디어 관계법 상임위 상정을 강력히 비난했다.
정세균 대표는 “한나라당이 시킨다고 따라하는 게 국회의장의 자세냐”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부터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앞서 국회사무처는 이날 오후 1시 민주당의 규탄집회와 외부인 난입을 막기 위해 국회 본관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 30여 명이 본관에 진입하기 위해 국회경비대 소속 전경 및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였고 유리문 등이 파손됐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규탄대회를 여는 동안 로텐더홀에 붙어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이번에 미디어 관계법까지 통과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에 미디어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4월에 추가경정예산과 연계하고, 6월에 비정규직법과 연계하고, 9월엔 예산과 연결해 1년 내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며 2월 국회에서 처리할 것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미디어법 직권상정 촉구 방침을 재확인한 뒤 시내 모처에서 김 의장을 만나 막판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수정안을 낼 용의가 있다는 뜻도 밝혔지만 김 의장은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