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뭔데, 너 같은 X은 눈을 뽑아버려야돼”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피습 당시 상황

폭행 시작되자 민가협회원들 5, 6명 우르르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국회에서 폭행당한 것은 27일 낮 12시 45분경이었다. 전 의원에 따르면 그는 국토해양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뒤 혼자 본청을 나섰다. 1층 면회실에는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회원 15명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경찰에 따르면 민가협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열린 ‘동의대 사건 재심 추진 반대 집회’에 참석한 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을 만나기 위해 이 의원 보좌관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만나지 못하자 낮 12시 10분경 일행 중 15명이 재심을 추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항의하기 위해 국회 본청 면회실로 왔다. 경찰 조사 결과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 중 이모 씨(69·여)는 화장실에 다녀오다 마침 전 의원이 걸어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전 의원에게 달려들었다. 여기에 면회실에 있던 민가협 회원 5, 6명이 가세했다.

이 씨는 동의대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2002년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에서 민주화운동자로 인정받은 김모 씨(42)의 어머니다. 이 씨는 곧바로 전 의원의 머리채를 잡고 폭행을 시작했다고 전 의원 측은 전했다. 이 씨는 “네가 뭔데 재심을 해. 너 같은 ×은 눈을 뽑아버려야 돼”라며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마구 때린 뒤 손가락으로 왼쪽 눈을 찔렀다고 전 의원 측은 밝혔다. 당시 국회 방호원 4, 5명이 출입구 근처에 있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폭행을 막지 못했다. 결국 방호원 1명이 이 씨를 뜯어말렸다. 이 씨는 폭행 직후 “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욕설을 퍼부은 뒤 다른 회원들과 함께 국회 후생관으로 자리를 옮겨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 보좌관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후 2시 40분경 후생관 앞 주차장에서 이 씨를 붙잡아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연행했다. 전 의원은 폭행을 당한 직후 국회 의무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부상 상태가 심각해 곧바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전 의원을 진찰한 장재칠 신경외과 과장은 기자와 만나 “환자가 극도로 흥분한 상태여서 정밀검사는 하지 못했다”며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내일 정밀검사를 해 봐야겠지만 실명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자가 두통과 메스꺼움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뇌진탕 증세”라며 “두피와 가슴 부위에 타박상을 입었으며 경추염좌(충격으로 목의 힘줄과 인대가 손상된 것) 증상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정몽준 최고위원 등 국회의원 60여 명이 병문안을 다녀갔다. 김 의장은 전 의원을 위로한 직후 기자와 만나 “국회에서 있을 수 없는 테러가 발생한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국회 보안과 경비를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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