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다 야스카즈(濱田靖一) 일본 방위상은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1998년 때처럼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휘젓고 지나가는 사태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국내외에 공언한 것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일본은 지난해 말 구축을 끝낸 ‘미사일방어(MD) 파워’를 실전 검증할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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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MD 체제는 고도 150km 이상의 대기권 밖을 나는 탄도미사일을 해상에 배치한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 요격하는 ‘상층 방어’와 고도 30km 이하의 미사일을 지상의 신형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 요격하는 ‘하층 방어’로 이뤄진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1차 상층 방어로, 그게 실패하면 2차 하층 방어로 무력화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7년 12월 미국 하와이 부근 해역에서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SM-3 미사일과 지난해 9월 미국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샌즈 미사일 시험장에서 쏘아올린 PAC-3 미사일로 가상 표적을 요격하는 실험에 잇따라 성공했다.
또 일본은 2012년까지 요격미사일과 감시시스템을 개량해 현재의 MD 체제를 더욱 정밀하고 조밀하게 구축하고, 2015년에는 미국이 보유한 것과 같은 조기경보위성(DSP)을 발사해 독자적인 MD 감시 및 요격 체제를 완성할 계획이다.
2003년부터 미국과 MD 체제 공동개발에 착수한 일본이 MD 체제에 투자하는 예산은 총 1조 엔(약 15조 원)에 이른다.
반면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둔 한국은 지금까지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대책이 거의 없다.
지난해 독일에서 도입한 중고 패트리엇(PAC-2) 미사일은 아직 실전 배치되지 않은 데다 미사일 요격 능력이 PAC-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말 실전 배치된 해군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SM-2 미사일도 항공기 요격만 가능할 뿐 미사일방어 능력이 없다.
군 당국은 2012년까지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SM-6 미사일을 미국에서 도입해 장착할 예정이지만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아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보다 우수한 레이더 성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제한돼 있는 세종대왕함에 대해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군 고위 소식통은 “2012년 구축을 목표로 한 ‘한국형 탄도유도탄 방어체계(KMTD)’도 예산과 기술 문제로 제대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2012년 전시작전권이 전환된 뒤에도 한동안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기본적으로 MD 체제 구축에 필요한 엄청난 예산을 한국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에서 비롯됐다. 한편으론 과거 정부가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한국군의 MD 참여 및 관련 연구를 원천 봉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군 소식통은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 삼아 MD 체제 개발로 미일동맹 강화와 정밀유도무기 기술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며 “일본은 MD 체제 확충을 한층 가속화할 것이고 한일 간 MD 파워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