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수석부대표 외유 눈총
김형오 국회의장이 6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 원혜영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두 사람과의 통화에서 “국민 앞에 약속한 여야 합의를 야당이 어겨놓고 비겁하기 짝이 없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야당이 대형사고를 쳐놓고서 의장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비겁한 처사”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국회의원 윤리강령, 국회법 어디를 봐도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의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 대표도 “비열하다니 누가 비열하냐. 비열한 것은 국회의장”이라고 맞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통화 중에 벌떡 일어나 “그런 식으로 (국회를) 운영해 보라”며 매우 화를 냈고 격앙된 상태에서 전화를 끊었다고 민주당 측이 전했다. 이날 통화는 3∼4분 정도 이어졌다.
김 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친정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야당만 편든다”는 얘기를 적잖이 들었다. “이번에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안 하면 의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험한 소리도 들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해 나름대로 힘들게 여야 합의를 중재했는데 민주당이 제소하자 분노를 터뜨린 것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날 당5역 회의에서 “민주당이 김 의장을 제소한 건 누워서 침 뱉는 것 같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은 국회사무처가 지난 연말 국회에서 폭력사태를 주동했던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고소 고발 취하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운영위 여야 간사이자 원내수석부대표로 2월 국회 입법전쟁의 실무 책임자들이었던 한나라당 주호영, 민주당 서갑원 의원이 11일부터 일주일간 세미나 참석 차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키로 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