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은둔’ 김현희 어디서 어떻게 살았나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11일 김현희 씨와 납북된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의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내외신 기자들. 회담장 주변에서는 기자 300여 명이 열띤 취재를 벌였다. 부산=최재호  기자
11일 김현희 씨와 납북된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의 만남을 취재하기 위해 부산 벡스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내외신 기자들. 회담장 주변에서는 기자 300여 명이 열띤 취재를 벌였다. 부산=최재호 기자
김현희의 어제와 오늘김현희 씨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 1972년 당시 10세 때의 앳된 얼굴에서부터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직후 모습, 1990년 특별사면 후 예배를 드리는 모습, 1993년, 1995년, 1997년, 그리고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11일 기자회견장에서의 얼굴(왼쪽부터)까지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김현희의 어제와 오늘
김현희 씨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모습. 1972년 당시 10세 때의 앳된 얼굴에서부터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직후 모습, 1990년 특별사면 후 예배를 드리는 모습, 1993년, 1995년, 1997년, 그리고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11일 기자회견장에서의 얼굴(왼쪽부터)까지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얼굴 야위고 긴 생머리서 단발로

“한국에서 피난생활 하다보니…”

97년 결혼 이후 모습 감춰 2003년 방송사에 포착 뒤 수도권 주변서 숨어지내

“盧정부 ‘北테러 부인’요구” 작년 金씨 편지 공개 파문

12년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김현희 씨는 야윈 모습이었다.

검정 바지에 점퍼 차림의 수수한 복장으로 부산 벡스코 상봉장소에 들어선 김 씨는 긴 생머리였던 예전과 달리 단발머리의 모습이었다.

김 씨는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과의 상봉을 앞두고 며칠 잠을 자지 못했다”면서 지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는 11일 기자들의 질문에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대답했지만 대한항공 항공기 폭파 사건의 조작설과 관련한 질문에는 “20여 년이 지난 사건을 누가 했는지 모른다는 게 참 안타깝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나는 가짜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987년 이후 줄곧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북한 사투리와 억양이 배어 있었다.

김 씨는 1990년 3월 대법원에서 사형 선고가 확정된 후 보름 만에 특별사면돼 안보 관련 외부 강연과 수기(手記) 출간 등 왕성한 공개 활동을 해오다 1997년 결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1997년 5월 전국 공안검사 대상의 특강에서 “죗값을 치를 때까지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같은 해 신변보호를 담당했던 전직 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직원 정모 씨와 결혼했다.

이후 김 씨는 서울과 시댁이 있는 경북 일원을 오가며 2000년 아들, 2002년 딸을 출산하는 등 사회에 적응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론과 소설 등을 통해 항공기 폭파사건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그는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 하반기 한 방송사가 자택과 친척집 등을 오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자 같은 해 11월 중순 이후 잠적했다.

김 씨는 11일 기자회견에서 다구치 씨의 아들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가 보낸 편지를 받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 피난 생활을 하다 보니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혀 그동안 국가정보원 등 당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김 씨는 지난해 11월 남편을 통해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에게 전한 편지에서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국정원 등이 자신에게 방송에 출연해 ‘대한항공기 폭파를 북한 김정일이 지시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고백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2007년 대한항공 항공기 사건 재조사를 할 당시에도 국정원과의 면담조사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호의적이었던 국정원이 달라져 이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결정한 것에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김 씨는 모습을 감춘 채 수도권 주변을 전전하며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8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형근 당시 한나라당 의원(폭파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책임자)은 “김현희 씨는 경기 서쪽 접경 변두리에 꼭꼭 숨어있고 외출할 때도 (얼굴을) 잘 안 나타내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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