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나 고문이 성행하고 있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등 주민들의 인권상황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 의뢰해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탈북자 152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를 통해 ‘북한 주민 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가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해 조사한 것은 2004년 이후 5년 만이다.
조사 결과 공개 처형을 직접 봤다는 응답자가 76%에 달했다. 인권위는 2000년 이후 공개처형의 빈도는 감소했지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식량 사정도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량 배급이 규정대로 이뤄졌다는 응답자는 2%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다’(46%), ‘기일도 배급량도 지켜지지 않았다’(39%), ‘기일이 지켜졌지만 배급량이 줄었다’(10%) 등으로 답했다.
구금시설(교화소, 노동단련대 등)에서의 고문이나 가혹행위를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78%였다. 응답자의 57%는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힘든 것으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북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53%가 먹는 문제를 꼽았으며, 굶어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는 ‘직접 봤다’고 했고 ‘소문으로 들었다’ 22%,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들었다’ 17% 등이다.
사회보장제도의 경우 북한은 제도적으로 완전한 복지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사람이 32%였고, 병원 무상치료 경험이 없는 응답자는 27%였다.
또 의약품을 쉽게 구하지 못한 응답자가 83%로 많았지만 환자가 발생할 경우 병원에서 진찰받고 약은 개인적으로 구한다는 사람이 60%나 돼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를 수행한 북한대학원대학교는 “사회통제체제의 이완으로 인한 사회적 일탈행위가 급증하고 있고, 탈북자에 대한 처벌도 남한이나 기독교와 연계되지 않거나 누범(累犯)이 아니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