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도주의 문제 北눈치 안본다’ 메시지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盧정권땐 “6자회담 걸림돌” 불만 터뜨려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범인 김현희 씨와 일본인 납북자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의 11일 면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대북 접근법과 한일 양국 간 관계 개선 의지가 맞물려 성사됐다.

김 씨는 지난해 말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시절 ‘KAL기 사건이 조작됐다는 증언을 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씨가 올해 초 일본 NHK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구치 씨 가족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부는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싶어 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가진 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가능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록 ‘인도주의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선을 긋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집착하는 탓에 북핵 6자회담 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던 노무현 정부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진 기조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태도 변화에 깔려 있는 메시지는 북한 문제를 ‘정상화’시키겠다는 한국 정부의 의지다.

김 씨와 다구치 씨 가족의 만남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허용한 것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 등 각종 위협 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에 ‘더는 그런 위협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현희-다구치 야에코 씨 관련 일지

1978년 6월 다구치 야에코(북한명 이은혜) 씨 도쿄에서 실종

1987년 11월 김현희 씨, 미얀마 상공에서 KAL 858기 폭파. 115명 사망

1988년 1월 김 씨, “이은혜 씨에게서 일본어 배웠다”고 증언

1990년 3월 김 씨 사형 확정 뒤 특별사면으로 석방

1991년 5월 일본 경찰, 실종된 다구치 씨와 이은혜 씨는 동일 인물이라고 발표

1995년 3월 김 씨, 일본 언론과의 회견에서 다구치 씨 송환 촉구

2002년 9월 북측, 북-일 정상회담에서 ‘다구치 씨는 1986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힘

2004년 2월 다구치 씨 아들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 일본 정부에 김 씨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서신 전달

2009년 1월 김 씨, NHK 인터뷰에서 “다구치 씨 가족 만날 용의 있다”고 밝힘

2009년 2월 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양측 면담 머잖아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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