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보 신설은 행안부와 이견으로 지연
■ 대대적 조직개편 임박
정부가 대국대과(大局大課)를 원칙으로 부처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안에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교과부의 조직개편안은 옛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통합 과정에서 불합리하게 배정된 업무를 재배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1년여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두 부처를 통합하면서 교육부가 지나치게 권력을 쥐고 있다며 초중등 담당 부서를 대거 없애고 대학 업무를 1, 2차관에게 분산시켰었다.
그런데 이번 조직개편안을 보면 인수위 안이 상당 부분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교과부 개혁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정부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직개편 원점으로=교과부는 이달 초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는 차관보 신설 △실·국 수는 그대로 유지 △과장급 직책을 15∼20개 줄여 대과 체제로 재편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협의를 해왔다.
부총리급 부서였던 옛 교육부는 차관보가 있었지만 과기부와 합치는 과정에서 차관보 자리가 사라졌다.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던 기관도 실 단위에서 국 단위로 대폭 줄면서 학교정책실장 자리도 없어졌다.
교과부는 갑작스러운 조직 축소로 업무혼선이 이어지는 만큼 초중등 교육 문제를 집중 관리할 차관보 신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당초 이번 주 중에 결정될 예정이던 조직개편안은 차관보 신설을 둘러싼 행안부와 교과부의 이견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
조직개편안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임명 두 달째를 맞는 이주호 제1차관 산하에 가칭 교육선진화담당관을 신설하는 것이다.
이 밑에 대학선진화과를 만들어 지금까지 대학제도과 등 여러 과에 나뉘어 있던 대학 구조조정 업무를 주관하도록 한다는 것. 입학사정관제 등 입시를 담당하는 대학자율화추진팀도 1차관 산하로 넘길 계획이다. 대학 재정 지원과 직결되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은 1차관 산하에 그대로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대학 업무의 핵심이 1차관 산하로 집결되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와 대통령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을 맡아 사실상 교과부 업무 분장의 밑그림을 그렸던 이 차관이 대학 업무를 다시 끌어가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와 외부 컨설팅 결과를 종합해서 업무를 재편했다”며 “늦어도 3월 중에는 조직개편과 후속 인사를 끝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라앉은 교과부=조직개편이 임박한 교과부는 침체된 분위기다.
안병만 장관이 지난해 말부터 조직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이미 석 달간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진을 뺐기 때문이다. 국·과장급 인사들은 ‘내가 언제 무슨 일을 맡게 될지 모르겠다’며 일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과장급 이하 인사가 찔끔찔끔 이어지면서 과장 자리 예닐곱 개는 공석인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학업성취도 오류 파문이 터지면서 장차관이 현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를 수습하기에 급급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안 장관과 이 차관은 16개 시도를 순회하는 일정을 세우고 3월 한 달간 9개 시도를 돌며 초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교과부는 현장에 다가가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학업성취도 평가와 관련한 교과부의 잘못을 일선 학교에 전가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