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발의 법률안의 충실도를 높이려면 정부 제출 법률안처럼 입법예고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 국회법 82조 2항에 따르면 ‘법률안의 입법 취지와 주요 내용 등을 국회공보 등에 게재해 입법예고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의무 조항이 아니라 선택 조항인 것이다.
이를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국회입법예고규칙안’이 17대 국회 때 국회 운영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당시 규칙안은 의원발의 법률안이 해당 상임위에 회부돼 상정되기까지 필요한 15일(국회법 59조) 동안 입법예고하도록 했다. 이 기간에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세밀하게 다듬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제처 당국자는 “입법예고가 의무화되면 정부는 의원발의 법률안의 위헌(違憲) 여부와 법률안에 소요되는 재정 마련 방안 등을 미리 검토할 수 있어 합리적인 법률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율사 출신 의원들은 미국 의회처럼 법안에 발의 의원의 이름을 붙여 대대손손(代代孫孫) 기록이 남도록 해야 ‘품앗이 발의’나 ‘짜깁기 발의’ 같은 관행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시민단체가 의정활동 우수 의원을 선정할 때 법률안 발의 건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어 부실 법안이 대량생산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발의 건수만 따질 것이 아니라 법안의 질과 성안(成案) 여부,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정안, 전부 개정안, 일부 개정안에 각각 가중치를 주고 평가하며, 법안이 폐기됐는지 병합됐는지 수정통과됐는지 등 처리 방식도 세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다 법안 통과 이후 사회적 영향력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으로 편법 발의하는 관행도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