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배곯리며 식량지원 거부 이해 안돼
한-EU FTA 양측 모두에 어마어마한 기회
“영국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했다. 영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을 다시 받아들이도록 계속 설득할 예정이다.”
영국에서 북한 문제를 다뤄온 빌 러멜 외교부 부장관(사진)은 19일 북한의 잇단 도발로 인한 외교적 갈등에 대해 국제공조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 및 테러 문제 전문가인 그는 영국 정부 고위 인사 중에서는 드물게 평양을 방문한 경험을 갖고 있다.
러멜 부장관은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여전히 식량부족과 국민들의 영양실조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런데도 식량 지원을 거부한 속내를 자세히 알 수 없는 이해하기 힘든 나라”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영국은 북한과의 직접 대화채널을 가동해 북한이 생각을 바꾸도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이 6자회담 당사국은 아니다. 그 대신 영국은 자국에 주재하는 북한 대사를 불러 입장을 전달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러멜 부장관은 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조만간 체결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은 양측 모두에 어마어마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를 타파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고용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안이 나오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20개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분명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럽은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부양안에 난색을 표명하며 인위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금융개혁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 미국과 유럽 간의 의견 차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러멜 부장관은 “이번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는 내 평생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최악의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에서 의견 충돌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 등 영국계 언론이 잇달아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그는 “그런 논란이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언론 자유 시대에 개별 언론사가 보도하는 내용에 정부가 간섭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이 작은 문제를 크게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보도는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