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 국적의 여기자 2명이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 지역의 북한-중국 접경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에게 붙잡혀 억류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날 대북 소식통과 뉴욕타임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케이블TV인 커런트TV의 유나 리 기자와 로라 링 기자 그리고 중국동포 가이드 1명이 17일 투먼(圖們) 두만강변의 북-중 접경지대에서 취재하던 중 북한군에 붙잡혔다. 리 기자는 한국계, 링 기자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당초 북한은 이들 외에 같은 취재팀의 미치 코스 남성 TV카메라 기자도 억류했으나 풀어줬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커런트TV의 탐사보도 전문 프로그램인 ‘뱅가드 저널리즘’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에 중국 내 탈북자들을 취재하던 중이었다. 기자들의 중국 취재에 도움을 줬던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주 옌지에 들어가 17일 오전까지 투먼 취재를 마치고 단둥(丹東)으로 갈 예정이었다. 이들은 17일 오전 7시경 두만강변에 다녀오겠다며 천 목사와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소식이 끊겼다. 이들이 북한군에 어떻게 붙잡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촬영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북한에 넘어갔다 붙잡혔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천 목사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군이 취재를 도와주겠다며 이들을 유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두 기자의 행방과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협력 중”이라며 “북한 당국과도 계속 접촉하면서, 현 상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NHK는 북-미 양국이 기자들의 석방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1999년 6월 중국 국경 근처의 북한 경제지대를 방문한 한국계 미국인 사업가 캐런 한 씨를 한 달간 억류했다 풀어준 전례가 있다. 1996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청년 에번 헌지커 씨가 압록강을 건너 북한으로 들어갔다가 억류됐다.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빌 리처드슨 하원의원(현 뉴멕시코 주지사)이 북한과 협상 끝에 그의 석방을 이끌어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