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들 잡혀간 ‘웨칭’서 3~4m 강 건너면 북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불법월경 처벌’ 경고 팻말중국 지린 성 투먼 시 웨칭의 북한 중국 접경지대의 모습. ‘비법(불법) 월경은 법률징벌을 받는다’는 중국 당국의 경고 팻말이 눈에 띈다. 미국 여기자 2명은 17일 인근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관련 취재를 하다 억류됐다. 투먼=구자룡  특파원
‘불법월경 처벌’ 경고 팻말
중국 지린 성 투먼 시 웨칭의 북한 중국 접경지대의 모습. ‘비법(불법) 월경은 법률징벌을 받는다’는 중국 당국의 경고 팻말이 눈에 띈다. 미국 여기자 2명은 17일 인근 접경지대에서 탈북자 관련 취재를 하다 억류됐다. 투먼=구자룡 특파원
인적 드물고 北감시초소 눈에 잘 안띄어
“자꾸 묻지마라” 주민들은 극도로 말아껴
中억류說 나머지 취재진 행방도 묘연해


미국 여기자 억류사건 발생 4일째인 20일 중국 지린(吉林) 성 투먼(圖們)의 웨칭(月晴) 접경지역. 여기자들이 북한군에 억류된 곳으로 알려진 이 지역은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북한과 국경을 이루는 웨칭의 두만강은 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넓은 곳이 10m 남짓이고 좁은 곳은 3, 4m도 안 되는 개울에 가까웠다.

○ “경계 느슨한 것처럼 보여 방심했을 것”
20일 오전 옌지(延吉)에서 투먼의 북한 접경지역까지 자동차를 타고 가는 도중 투먼 시 외곽과 시내에서 세 차례 경찰 검문을 받았다. 현지 운전사는 “이전에는 없던 엄격한 검문”이라고 투덜댔다.
옌지와 투먼의 소식통들은 “미국 기자들이 겉으로는 웨칭지역이 경계가 느슨해 보이는 데다 한적해서 방심해 국경까지 넘다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가본 웨칭의 바이룽(白龍) 촌은 전형적 농촌으로 인적이 드물었다. 한 조선족 노인은 “젊은이들은 물론 장년층도 한국으로 돈벌이를 가 비어 있는 집이 많다”고 말했다.
웨칭 너머로 보이는 북한은 대부분 높은 산이 병풍처럼 이어지는 산악지역으로 민가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최근 낮 평균기온이 영상 10도 이상까지 올라가면서 두만강 하류의 폭이 넓은 곳은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 웨칭은 얼음이 아직 두껍게 남아 있고 얼음 위로 흰 눈이 수북했다.
게다가 투먼 시내 쪽 등에 비해 중국 쪽 도로에 감시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고 북한 쪽에도 국경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은폐된 형태의 감시 초소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자들과 함께했던 카메라 기자와 중국인 안내인은 중국 변경수비대가 억류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한 소식통은 “중국이 두 사람을 억류할 이유가 없다”고 전해 이들의 행방은 아직 모호한 상태다.

○ 북한 소식 밝은 주민들도 쉬쉬
현지의 한 주민은 미국 여기자의 월경 및 억류 사실을 듣지 못했다면서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이곳은 강이 좁아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이 뚜렷하지 않아 쉽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낮 시간에 접경 주변에서 움직이고 국경을 넘는 것을 북한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북한 소식에 밝은 이곳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소식통은 “미국 기자들이 탈북자들이 넘어오는 장면을 찍기 위해 장소를 물색하다 실제 넘어오는 기회를 찾지 못하자 탈북자인 것처럼 여기자들이 넘어오기 위해 월경했다가 붙잡혔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투먼과 북한 남양시를 잇는 투먼교 인근 관광지에서 만난 기념품 가게의 한 종업원은 “어젯밤 한국 방송과 오늘 아침 신문에서 미국 여기자 납치 사건이 보도된 후 투먼 어디에서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주변에 주차된 경찰차를 가리켰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며 주위를 경계했다.
평소 투먼이나 옌지 등에 관한 소식을 알려주던 지인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삼가는 모습이다. 심지어 한 지인은 “아는 것이 없을 뿐 아니라 (이번 일로는)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마라”고 언성을 높였다.

투먼=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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