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눈치보기서 정면돌파 선회하나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PSI 전면참여 검토… 北인권 유엔결의안 공동제안”

“미사일발사 - 통행차단 등 더는 끌려가선 안돼”

후순위 밀렸던 ‘껄끄러운 현안’ 강경대응 나서

정부가 그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후순위로 미뤄뒀던 껄끄러운 현안들에 대해 정면 돌파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최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할 것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유엔 인권위원회의 대북 권고안 작성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올해 들어 계속되는 북한의 대남 비난 공세와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강행 움직임에 이어 개성공단 남측 인력의 통행 차단 등 북한의 일방적인 공세에 더는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정부 내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PSI 전면 참여 검토 방침. 외교통상부는 최근 유명환 장관의 지시에 따라 PSI 전면 참여가 가져올 득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유 장관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비확산 문제가 부각될 것이므로 PSI 전면 참여 문제를 검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SI 참여는 노무현 정부 시절엔 정부 차원에서 반대했던 사안. 당시 정부는 남북해운합의서를 통해 PSI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며 굳이 참여할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이 우리 영해를 지나는 북한 선박에 22차례나 호출신호를 보냈지만 북측이 단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도 정부는 PSI 참여에 대한 북한의 거센 반발을 감안해 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2월 초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WMD 비확산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해 ‘한국이 PSI에 정식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정부는 “PSI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정부는 나아가 북한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인권 문제도 정면으로 건드리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22일 “우리 정부는 26일 표결이 진행될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결의안에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 허용과 임무 수행을 위한 정보 제공을 촉구하고 있다. 여기엔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담기는 등 지난해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정부는 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북한의 인권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고 인권 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는 정부의 대북 비판의 톤도 훨씬 높아졌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20일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통행 차단은 기업의 생산 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했다”며 “북측은 이런 부당하고 일방적 조치로 발생되는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사후에 발생되는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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