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먹을거리 부쩍 관심 왜?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강도 만포시의 대표 음식점 ‘만포각’을 찾아가 다양한 요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공개한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강도 만포시의 대표 음식점 ‘만포각’을 찾아가 다양한 요리를 살펴보고 있다. 이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일 공개한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시찰때 이례적 식당 방문… 伊음식점 개업 지시

“건강 악화로 식사조절 중요성 눈뜬 듯” 분석도

요즘 북한 언론에는 식당과 음식에 관심을 쏟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이달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자강도 만포의 ‘만포각’을 시찰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사진을 공개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식당은 주로 군부대 취사장 정도나 돌아보던 김 위원장이 지역 대표식당을 찾아간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평양방송은 15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남포의 제강소를 찾았다가 식당 난방 문제를 놓고 격노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에는 평양의 2대 식당이라고 할 수 있는 옥류관과 청류관을 이례적으로 방문했다.

이 밖에도 그가 먹을거리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14일 북한에 스파게티와 피자,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첫 이탈리아 요리 전문집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이곳 책임자는 “김 위원장이 이탈리아 음식점 개업을 직접 지시하고 지난해 5월 요리사들을 나폴리와 로마에 연수 보내 조리 방법을 배우게 했다”고 밝혔다.

북한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1일 “평양 창광거리 음식점 18곳에 대한 개보수 공사가 착공 1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은 북한 최고의 먹을거리 골목으로 김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건설된 곳. 김 위원장이 최근 이탈리아 요리에까지 신경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공사가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최근 건강이 악화된 김 위원장이 먹을거리에 부쩍 관심을 쏟기 시작한 이유는 뭘까. 김 위원장은 고혈압과 당뇨, 복부 비만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질병에는 균형 잡힌 식단이 매우 중요하다.

조비룡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원하는 대로 먹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았던 김 위원장은 나이가 들면서, 특히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먹을거리의 중요성에 눈을 뜨게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북한이 20일 공개한 김 위원장 사진은 살이 쏙 빠진 모습이었다. 먹을거리에 신경 쓰면서부터 살이 빠졌는지, 건강악화로 체중이 급속히 줄어 먹을거리에 관심을 쏟는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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