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의 4.5배에 이르는 해역을 지키는 해양경찰의 수장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해경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일 취임한 이길범 해양경찰청장(55)은 이후 나흘 만에 현장을 돌며 부처별 업무보고를 마무리했다. 퇴근하면 관사에서 그날 보고받은 자료를 검토하며 해경의 업무를 빠르게 파악했다.
각종 서류와 간부들을 통해 보고를 받기보다는 직접 해상 치안현장을 둘러보는 것이 업무를 파악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 해역에서 불법 싹쓸이 조업을 일삼으며 폭력을 휘둘러 온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해경 특공대를 방문한데 이어 헬기를 타고 동해 해역의 경비태세를 점검했다.
그는 다음 주까지 경비함을 직접 타고,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서해와 남해안 일대의 해상치안 현장을 둘러볼 계획이다.
“빠른 시간에 해역별 특성을 파악해 이에 맞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1981년 경찰 간부후보 시험(29기)에 합격한 그는 인천지방경찰청 공보담당관(1995∼1997년), 부평경찰서장(2000년)으로 근무해 인천과 인연이 깊다.
그 후 강원지방경찰청과 경찰청 경비국장을 거쳐 경찰청 차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보직을 거쳤지만 해경의 업무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
하지만 그는 해상치안의 중요성은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동해는 독도를 놓고 일본과 수년째 마찰을 빚고 있고, 남해는 불법 어로행위와 해상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서해에서는 중국어선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어 잠시라도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언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업에 나설 어선에 대한 안전 관리가 무엇보다 시급하기 때문에 경비함과 헬기를 동원해 입체적 해상경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해안 경계업무가 국방부에서 해경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전력증강사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안 레이더기지와 경비함을 활용한 ‘육해상 통합감시체제’를 구축해 완벽한 경계시스템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형 경비함과 항공기 등을 확충하는 해경 전력증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상을 통한 밀수, 밀입국과 같은 각종 국제범죄가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어 전국 28개 주요 항만과 국제여객선터미널에 대한 범죄정보 수집을 강화할 것”이라며 “해양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1만 명이 넘는 해양경찰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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