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원이 영등포구치소로 간 까닭은

  • 입력 2009년 3월 28일 03시 03분


26일 구속된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서울 구로구에 있는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구속된 인사들은 대부분 경기 의왕시의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고 있어 이 의원이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이례적인 조치다.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구속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 등 다른 인사 5명은 모두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영등포구치소는 서울구치소에 비해 시설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른바 ‘범털’(배경이 든든한 사람을 일컫는 은어)들은 이곳에 수감되는 사례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의원이 격리 수감 조치를 당한 이유는 순순히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 5명과 달리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혐의를 부인한 이 의원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따로 수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동료 의원들과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글을 통해 “이제는 그 모든 꿈을 접고 내려가려 한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전날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그는 “정상에 오를 때를 마음속에 늘 염두에 뒀지만 언제 내려갈지도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애정으로 만들어주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려 한다. 눈물이 쏟아져 글을 써내려갈 수 없다. 지지고 볶고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서민의 꿈은 무엇인지를 살피는 정치를 만들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의원은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평범한 사람으로 재판에서 진실을 가려내겠다. 죽는 길을 택하지 부정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며 외롭지만 빈들에서 태백산 주목처럼 견뎌내겠다”고 덧붙였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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