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29일 동아일보와의 전화인터뷰와 서울 은평구 구산동 자택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에서 했던 일들이 정리될 때까지 현실정치는 현역에게 맡겨놓고 당분간은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당분간은 당정청에 이러쿵저러쿵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현실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바람이 나무를 흔들 수도 있지만 뿌리가 깊은 나무는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 정치를 할 여건이 되면 나라에 할 일이 많으니 헌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당분간 대한민국의 50∼100년 미래에 대해 고민하면서 전략도 짜고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문제도 파고들겠다”며 “경제가 어려우니 나는 서민들이 편하게 살고 희망을 가지도록 돕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에서 초청이 오면 강연도 좀 하고 미국에서 초안 작업을 끝낸 ‘나의 꿈, 조국의 꿈’이라는 제목의 책도 마무리하면서 정부가 돌아가는 것을 밖에서 살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 아침부터는 출국 전에 했던 대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구 사무실에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돌아오면 갈등하고 분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것은 나라의 큰 흐름으로 볼 때 정말 하찮은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 형편에 이 패 저 패로 나눠 한가하게 싸움이나 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지나간 일은 다 털고 미래를 향해 하나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며 “친이, 친박을 가르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귀국 시점을 전후해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했는지에 대해 “한국에 들어와서는 아직 못했다. 조만간 귀국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국내 정치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오래 한국을 떠나 있어 아직 파악을 하지 못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10월 재·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도 “그 지역(서울 은평을)에 현역 의원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르다”며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한편 이 전 의원은 27일 일본에서 하루 묵은 뒤 가족들에게도 시간을 알리지 않은 채 28일 오후 10시 30분경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공항에는 의원 시절의 수행비서와 운전사만 마중 나왔다.
이 전 의원은 일본에서 2001년 도쿄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이수현 씨 묘소를 참배했다. 그는 귀국 후 김포공항에서 곧바로 고향인 경북 영양으로 가 그곳에서 하루를 묵고 선영을 참배했다. 29일에는 경기 용인의 김수환 추기경 묘소를 찾았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