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30일 대구에서 열린 지역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찾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 인터불고엑스코호텔에서 대구시당과 대구시 주최로 열린 ‘대구 의료관광 특화전략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KTX편으로 이날 오전 동대구역에 도착한 그는 호텔에서 취재진 30여 명과 지지자 200여 명이 기다리고 있는 정문을 피해 다른 입구를 통해서 행사장으로 곧장 들어갔다. 토론회 격려사에서도 “최근 의료 분야에 인재들이 몰리고 있는데 2010년과 2020년대에는 생명공학(BT) 분야가 국가 발전을 이끌 수 있고 그렇게 되도록 국가비전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을 뿐 다른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경북 경주에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정종복 전 의원이 일찌감치 도착해 박 전 대표를 기다렸다. 박 전 대표가 토론회 자리에 앉자 정 전 의원이 다가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며 악수를 청했다. 박 전 대표는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려 하자 “사진 같은 것은 찍지 마시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간단히 악수만 했다고 한 참석 의원은 전했다. 정 전 의원은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
정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열심히 하세요’라고 짧게 언급했다”면서 “당의 어른이니 당연히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 말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수행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당시 인사하는 인파에 둘러싸여 서로 악수를 나눴을 뿐 말을 주고받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한 친박(親朴·친박근혜)계 성향의 정수성 씨는 이날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대구행은 4·29 재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이어서 당 안팎으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박 전 대표 또한 자신의 행보가 경주 재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부담스러워한 듯 시종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경주는 이번 재선거에서 친이(親李·친이명박)계와 친박계의 정면 대결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대구로 내려오는 교통편과 시간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정 전 의원과 정 씨는 박 전 대표에게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당초 KTX 동대구역에 나가려다 박 전 대표 측의 요청으로 그만뒀다는 후문이다.
대구=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