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원칙 명확히 세우는게 중요”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관계를 기본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추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에게 친밀하게 손을 내미는 타입입니다. 첫 정상회담에서 좋은 관계를 열어갈 수 있겠지만 보호주의 추세 등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 이슈들을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사진)가 2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한미 양국은 2001년 김대중-조지 W 부시 회담처럼 첫 만남부터 이념적, 성격적 어긋남을 노출시킨 실패한 정상외교의 기억을 갖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한국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은 굳건한 상태라고 본다. 물론 한국 대통령은 과거보다 보수적이고,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 비해 리버럴하다. 그런 건 두 정상 간의 관계에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서로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양국 관계에는 여러 불확실한 이슈들이 있다. 경제난 여파로 미 의회는 보호주의 성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지역 불안정성을 높이는 일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도 명확하지 않다.”
―교수께서는 2006년 7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때 평양에 머물고 있었다. 다시 북한의 미사일 또는 로켓 발사가 임박했는데, 정상회담에서 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이미 양국은 대응책을 함께 모색해 왔다. 하지만 북한을 처벌하고 그들이 의도하는 걸 막을 효과적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화와 토론의 창문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 현재 북한은 경제 외교 안보적으로 매우 안 좋은 상황이다. 경제는 물론 정치 상황도 불분명하다. 김정일의 건강 문제가 있었고, 후계 문제가 대두돼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이 올 것이다. 주체사상을 옆으로 치우고 국제사회에 손을 뻗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수개월간 한미 양국은 북한 정책에서 유연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다뤄져야 하나.
“한미 FTA의 중요성이 정상 간에 얘기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것보다 원칙과 일반론을 명확히 세우는 게 중요하다. 미국 내 보호주의 무드가 한미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칼라피노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상 간의 좋은 관계가 몇몇 난제, 특히 경제 이슈의 궁극적 해결을 가져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월에 만 90세가 되는 그는 “건강에 약간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글을 쓰고 강의하며 학교 연구실에도 1주일에 3, 4일은 나간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