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 중계방송’ 美상업위성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7분



“발사기지로 이동… 발사대에 장착… 덮개 제거”
지난달 31일 북한 함경북도 무수단리 기지의 수직발사대에 세워진 미사일로 추정되는 로켓 외형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촬영된 고해상도 위성사진에서다. 사진이 공개되자 각국은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준비 상황을 전 세계에 중계하듯 전하는 주인공은 미국 상업위성회사인 디지털 글로브가 보유한 ‘퀵버드’와 ‘월드뷰-1’이라는 위성이다. 두 위성은 고도 500km 미만의 지구 저궤도를 돌며 지상을 촬영하는 상업용 위성이다. 최대 해상도가 50∼60cm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위성과 비슷한 고성능을 자랑한다.
퀵버드는 2001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델타로켓에 실려 발사된 뒤 450km 고도에서 96분마다 한 차례씩 지구 궤도를 돌며 지상을 촬영한다. 이 위성에 탑재된 전자광학카메라의 최대 해상도는 흑백영상은 60cm, 컬러영상은 2.4m로 가로 세로가 각각 60cm, 2.4m 크기의 물체를 식별해 찍을 수 있다.
2007년 10월 발사된 월드뷰-1은 496km 고도에서 94분 만에 지구궤도를 한 차례씩 돌며 최대 해상도가 50cm인 흑백영상을 찍는다. 퀵버드보다 높은 고도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폭 17.6km, 길이 300km 구역을 10초 만에 찍을 수 있다. 두 위성은 북한 상공을 지날 때마다 무수단리 기지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촬영한 뒤 자체 하드메모리(퀵버드는 128기가바이트, 월드뷰-1은 2128기가바이트)에 저장했다가 지상관제소 상공을 지나갈 때 위성통신으로 전송한다. 위성사진들은 일차적으로 미국 정부나 민간업체에 판매된 뒤 재가공과 정부 승인 절차를 거쳐 해외 업체나 민간연구소, 개인 등에게 팔려나간다. 한국이 운용하는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2호의 최대 해상도는 1m로 퀵버드나 월드뷰-1보다 다소 떨어진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2011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3호에는 최대 해상도가 70cm인 광학카메라가 갖춰져 있어 한반도 정밀지상관측 등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본격적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과거엔 미 첩보위성이 촬영한 북한 미사일 발사장 사진 등이 ‘극비 자료’로 분류돼 일반인 접근이 차단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상업위성의 발전으로 누구나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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