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鄭씨 지원’ 우려엔
“그런 건 아니다” 경계
“鄭씨가 먼저 만나자 연락”
李의원측 갈등 차단 나서
경북 경주 재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친박(親朴·친박근혜) 성향의 정수성 씨에 대한 한나라당 의원의 ‘사퇴 종용’ 논란과 관련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이번 사건은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육군 대장 출신인 정 씨는 지난달 31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월 29일 정오경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이명규 의원을 만나보라는 연락이 와 경주의 한 일식집에서 만났더니 후보 사퇴를 종용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 측은 “22일 정 씨가 전화해 먼저 만나자고 하더니 다시 연락이 와 ‘못 만나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마침 대구에 있는 이명규 의원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하라는 뜻으로 정 씨에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 측은 또 “(정 씨가) 먼저 만나자고 해놓고 나를 재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중립 성향인 이명규 의원은 “이상득 의원 요청에 따라 정 씨를 만나 ‘당신이 당선되든 안 되든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안 된다. 당신이 당선돼도 당내 갈등이 깊어지고 떨어지면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언론이 쓸 것 아니냐’고만 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그러자 정씨가 ‘박 전 대표가 대통령 되는 것과 내가 출마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나는 군인 출신이라 그런 건 잘 모른다’고 하더라”며 “정 씨가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정종복 전 의원에게 밀리기 시작하니까 정치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작부터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난무해 이에 대한 자제를 부탁하기 위해 이상득 의원에게 연락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종복 전 의원은 1일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만남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이상득 의원과 이명규 의원은 직접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주류 측의 한 중진 의원은 “정 씨가 먼저 만나자고 한 사실을 빼고 회견을 한 것을 보면 ‘정치적 덫’을 놓으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일방적으로 정 씨를 편드는 듯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측면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다면 이것이 옳은 정치라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원칙적인 문제 제기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정 씨에게 ‘출마하면 박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고 하는 것은 후보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유치한 말싸움을 하지 말고 당 화합을 위해 자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