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짧은 만남, 긴 여운’ 李대통령-오바마 신뢰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일 첫 정상회담은 ‘짧은 만남, 긴 여운’으로 정리된다.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30분 정도 약식 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북한 핵 및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 한미동맹 강화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간 현안과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를 비롯한 국제 이슈에 대해 두루 논의했다.
런던=정용관 기자》
▽두 정상의 신뢰 구축=이번 회담의 성과는 무엇보다 두 정상 간의 신뢰 구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한미 간의 오랜 우정과 파트너십이 일관성 있게 강화돼 왔다”며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한국 내 미군이 2만8500명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한미 동맹에 대한 우리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에 대해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서 서로 협조해 나가겠다. 그리고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조치들이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 때 쌓은 한미 간 신뢰 관계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있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그런 우려를 불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와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백악관으로 초청해 회담을 갖고 싶다”며 6월 16일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도 가까운 시일 내 한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6월 워싱턴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깊이 논의할 계획이다.
▽‘북한에 강력한 의지 보여야’ 한 목소리=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공통 목표는 북핵 프로그램을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검증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핵보유, 미사일, 핵확산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미국과 직접적인 양자관계(대화)를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북한이 한미 간의 오랜 동맹관계에 틈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려는 북한의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무력화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대북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항상 투명하고 포괄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며 “북한이 아주 모욕적인 표현, 모욕적인 비난을 하는데도 이 대통령이 침착하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 움직임과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자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유엔을 통해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이후 적절한 기회에 6자회담을 열어 이른바 대화와 압박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삶의 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지원 문제=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지원 문제에 대해 이달 일본 주도로 열릴 예정인 파키스탄 지원국 회의 등을 언급하며 “(그동안 한국 정부의) 민간 차원 지원 등 여러 지원활동에 감사한다. 국제사회가 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라며 한국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예멘 관광객 피살 사건을 예로 들며 “테러는 뿌리 뽑아야 한다. 현재 의료봉사단 직업훈련 요원이 가서 활동하고 있고 경찰요원과 장비가 곧 출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아프간 지원 문제를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 그러나 아프간 파병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이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문제를 진전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FTA 문제는 경제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동맹관계의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공감=두 정상은 금융위기 극복 방안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공감했다. 특히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무역확대가 중요하고 보호무역주의를 막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재정지출 확대에도 생각이 같았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동시에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정책을 펴야 경기진작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전날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바 있다.
런던=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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